본문 바로가기

Shogi

하부 세대

메이지에서 쇼와 시대를 거치며 일본 장기계에서는 “장기사에 군림할 위대한 명인은 20년 주기로 출현한다.”[각주:1] 라는 말이 정석처럼 되었습니다. 10살 연하라면 라이벌로써 철저하게 분쇄하지만 20살 연하라면 후계자로 생각하기 때문이라 하는데, 그 말대로 세키네 킨지로, 사카다 산키치 이후로 키무라 요시오, 마쓰다 고조, 오오야마 야스하루, 가토 히후미, 나카하라 마코토, 요네나가 쿠니오 등등 개성이 강렬한 승부사들이 2~3명씩 모여 한 시대의 패권을 겨루어 왔습니다. 그런 괴짜 천재들의 아성, 최후의 양산박이라고도 불리던 일본장기 회관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것은 1989년의 NHK배 토너먼트. 일세를 풍미하며 사상최강의 기사로 군림하던 오오야마 야스하루가 스무살도 안된 하부 요시하루에게 패하는 대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사상 3번째[각주:2] 로 중학생 기사가 된 이후 천재라고 기대를 모으기는 했던 하부였지만 모두가 예상치 못한 가운데, 가토 히후미, 다니카와 코지, 나카하라 마코토 까지 4명의 명인 경험자를 차례차례 격파하면서, 설마 설마 하고 있던 우승을 거머쥐고 폭풍처럼 변화의 물결이 몰아닥친 것입니다.

그 핵심에 우뚝 선 것이 차일드 브랜드[각주:3], 앙팡 테러블. 훗날 하부 세대라고 불리게 될, 하부 요시하루를 필두로 모리우치 토시유키, 사토 야스미츠 등이 중심이 된 1970년 전후 출생의 젊디 젊은 신예 기사들이었습니다.

10대 시절부터 눈부신 활약을 이어온 이들은 형태와 관습에 얽메이지 않는 새로운 장기를 앞세워 삽시간에 일본장기계의 타이틀을 휩쓸어 가더니 1996년에는 명인, 용왕, 기성, 왕좌, 기왕, 왕장, 왕위 7대 타이틀을 하부 요시하루가 독점한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2008년까지 타이틀 기전이나 A급 순위전의 주역을 독차지 하는 실정이죠.

단적인 예로 일본장기계의 양대 타이틀 용왕전과 명인전에서 용왕전은 1988년 창설이래 2006년까지 하부세대의 기사가 결승전 7번기에 출장하지 않은 것은 4번뿐[각주:4]이며  명인전은 1992년 이후 2007년까지 하부 세대의 기사가 매번 결승전에 출장하고 있습니다.

영세 타이틀 보관자가 된 기사가 벌써 세명 있는 것만으로도 하부 세대의 힘을 짐작할 수 있고, 하부 세대의 일류로 손꼽히는 기사들은 모두 승률이 6할 5푼에서 7할에 달합니다. "하부 세대는 선배에게도 후배에게도 계속 이긴다"는 신화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각주:5]

하부세대

다음의 인물들이 바로 하부 세대라고 불리우는 이들입니다.

무라야마 사토시 9단 (1969.06.15~1998.08.08) 젊은 사자전 우승1회, 선수권우승1회
사토 야스미츠 9단 (1969.10.01) 용왕 1기, 명인 2기, 기성 6기(영세 기성), 기왕1기, 왕장1기
마루야마 타다히사 9단 (1970.09.05) 명인2기, 기왕1기
하부 요시하루 9단 (1970.09.27) 용왕6기, 명인4기, 기성6기(영세 기성),왕위12기(영세 왕위) 왕좌16기(명예 왕좌), 왕장10기(영세 왕장), 기왕13기(영세기왕)
후지이 타케시 9단 (1970.09.29) 용왕3기.
모리우치 토시유키 9단 (1970.10.10) 용왕1기, 명인5기(18세명인), 왕장1기, 기왕1기
고다 마사타카 9단 (1971.03.17) 기성2기, 왕1기

이 외에도,

모리시타 타쿠 (1966.07.10~ )는 하부 세대보다 연상이지만 이전에는 차일드 브랜드라 하여 이들과 함께 분류되었고, 츄자 마코토 (1970.02.03~ ) 나 세가와 슈지 (1970.03.23~ )도 1970년생으로, 좁은 의미에서 하부 세대에는 포함되지는 않지만[각주:6] 동년배 입니다.
후카우라 코이치 (1972.02.14~ )는 약간 연하지만, 거의 동세대고요.[각주:7]

또, 다음의 여류 기사도 거의 동년대에 강호이지만, 조건이나 특징이 다르므로 "하부 세대"라고 꼽히지는 않습니다.

하야시바 나오코(1968.01.24~ )는 약간 연상이지만, 지금은 일본장기협회를 탈퇴.
시미즈 이치요(1969.01.09~ ), '여자 하부'라고도 불린 여류장기계의 일인자.
나카이 히로에(1969.06.24~ ), 시미즈와 함께 2강시대를 형성.

이상의 3명은 비슷한 연배로, 여류 3강체제를 구축하며 각종 여류기전을 휩쓸었고 여류 왕장전 10연패의 기록을 남긴 하야시바가 협회를 탈퇴한 뒤에도 나카이와 시미즈는 여류 2강[각주:8]으로 오랫동안 여류 기계에 군림하면서 융성을 자랑했습니다.

시미즈는 여류 장기계의 일인자로 장기간 군림하며 첫 여류 6단, 퀸 4관을 거머쥘 정도의 실력 때문에하부와 동시기에 여류 4관왕이 되어 "여자 하부"라고 불리우며 비공식전에서는 하부와도 평수로 대전한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부세대 탄생원인

1. 학문성의 고조

"하부 세대는 승부보다, 최고의 한수를 학문적으로 연구한다는 자세로 대국에 임하고 있다. 마치 수학자가 진리를 추구하는 것 같다." [각주:9]

구세대에 있어 과거 반외전에서도 적을 압도한 것으로 유명한 오오야마 명인은 대국 이외에도 지는 것은 병적으로 싫어한다던지, 경험이 없는 도박에는 결코 손을 대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고, 고령이 된 뒤에도 코트를 걸쳐 입지 않으며 무리해서라도 점심식사를 든든히 먹으면서 건재함을 과시했었다. 이른바 "결코 지지 않을 듯한 아우라가 넘쳐돈다"라고 불리웠고, 그 후계격인 나카하라 9단 같은 경우도 다른 사람들이 범접하기 힘든 고고함이 있다는 평이 많았었다.

반면에 하부 세대는 반외전을 배제하고 오로지 반상의 행마에만 집중하면서 최고의 1수에 대한 추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깊이있는 수읽기를 기초로 상대의 공격을 예측하고 앞질러서 방어하며 약간의 유리함을 계속 넓혀가는 패배없는 기풍이 이들 하부세대 강함의 비결이라는 것이 후타카미 타츠야 9단의 견해입니다.

2. 디지털 화

종전의 기사들이 스승의 직속제자로 집에서 함께 거주하며 사제지간을 형성하고 인생의 수행을 쌓아간 것과 달리, 하부세대는 아이들의 재능을 이해하는 부모의 밑에서 자라며 게임과 같은 감각으로 장기를 순수하게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장기란 기사의 인생이나 인격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이 세대에 이르러서는 게임 감각적인 기술로서 장기 이론을 쌓아가서 인생이나 인격의 문제와는 별개의 것으로 취급되게 된 것이죠.[각주:10]

하부 요시하루도 "장기와 인생은 별개"라고 주장하며 직속제자로 수행을 하면서 자란 세대와는 인생관 자체가 다르죠.

3. 전법을 뛰어 넘은 전략

"각자가 가장 자신있는 전법이 있고 이것을 주무기로 하여 싸워나갔는데 하부 전관왕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수많은 전법을 총망라해서 어떤 시점부터 전략상의 혁명을 일으켰다"라고 한다.[각주:11]

하부 세대 이전의 기사들이 더 독특하고 강한 개성으로 매력을 느낀다는 팬들도 많습니다. 특히 과거에 일본장기회관이 "마지막 양산박"이라고 불리며 호쾌함과 다예로 인기를 끌었던 것과 달리 "앙팡 테러블" 세대는 신사적이고 스마트한 이미지의 상식인들이 되어,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진다고도 하지만 선배기사인 모리시타 8단은 "(하부 세대의) 학구적인 장기의 연구가가 증가했기 때문에, 급격하게 기술도 진화한다. 기술의 연구에 소홀하게 되면 뒤쳐지게 될 것이다."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또, 과거의 정석을 답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후지이 타케시 9단과 같은 스페셜리스트들이 앉은비차 동굴곰 울타리 전법에 대항하는 "후지이 시스템"을 고안해서 장기전법에 혁명을 일으키거나 츄자 마코토 5단이 창안한 비차 비틀기나 콘도 마사카즈 5단의 고키겐 중비차 등도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전법이 되었고, 이러한 신전법이 지난 10년간에 걸쳐서 연달아 등장하면 이것을 제네럴리스트의 기사들이 흡수해서 더욱 폭을 확장해간다는 구도도 만들어졌습니다.[각주:12]

이러한 연구에 힘입어 각종 정석의 연구가 급속히 발전했고 특히 초반과 종반의 패턴연구는 큰 진보를 이루었으나 그 영향으로 초반에서 중반까지의 행보가 수십수 동일한 대국도 속출하게 되자 패턴화된 장기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70년대에 "장기 저널", "장기 클럽", "장기 매거진" 등 장기 잡지가 다수 창간된 것으로도 알 수 있는 장기인구 증가에 힘입은 것이라는 설등이 있죠.

"하부 세대"는 역사상 최강의 기사집단일까요? 그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바둑은 에도시대의 명인이 최강이라는 데 반해 일본장기는 과거보다 훨씬 더 정석이 세세하게 연구했기 때문에 강하다는 견해지요. 하지만 하부 세대의 힘은 현대의 정석연구가 축적된 것에 의한 힘이고, 말의 위치를 바꾸는 등의 변칙적인 룰이 적용된다면 과거 강호들과 그다지 차이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들이 각광을 받은 당초, PC를 구사해 강해진 디지털 인간이라고 했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 모두, 스스로 생각해 스스로 대답을 내고 명인을 목표로 잘 다듬어진 감성을 소중히 하는 직공 기술적인 아날로그 인간이에요".[각주:13]

http://ja.wikipedia.org/wiki/%E7%BE%BD%E7%94%9F%E4%B8%96%E4%BB%A3


  1. 실력제 명인전 초기를 실력으로 제패한 키무라 요시오 14세 명인은1905년생. 전후 일본장기계의 정점, 오오야마 야스하루 15세 명인은 1923년생. 다음으로 영세 명인의 자격을 가지게된 나카하라 마코토 영세 10단은 47년생. 그리고 하부 요시하루가 70년 생으로 비교해보면 거의 20년 간격으로 나란해진다. [본문으로]
  2. 중학생으로 프로기사가 된 것은 첫번째는 가토 히후미, 두번째는 다니카와 코지, 세번째가 하부 요시하루, 네번재는 와타나베 아키라 [본문으로]
  3. 시마 아키라가 명명한 것 [본문으로]
  4. 1988년 시마 아키라-요네나가 쿠니오, 1991년 타니가와 코지-모리시타 타쿠, 1997년 타니가와 코지-사나다 케이이치, 2005년 와타나베 아키라-키무라 카즈키 [본문으로]
  5. 하부 세대가 그 이후의 기사들에게 장벽처럼 기능하는 것에 관해서는 "(하부 세대보다)10살 연하정도의 세대는 성장과정 중에 빠짐없이 격파당해 재능의 싹이 꺽인 감도 있다." - 후타카미 9단 라는 의견도 있다. [본문으로]
  6. 츄자와 세가와는 프로입문이 늦어서 츄자는 1996년, 세가와는 2005년에 입문했다. 프로 입문 후의 전적도 일류기사임은 확실하지만 다른 하부 세대의 기사들에 비교하면 조금 뒤쳐진다. [본문으로]
  7. 하부 세대의 타도를 목표로 하는 '무관의 제왕'이었지만, 2007년 하부에게서 타이틀을 획득. [본문으로]
  8. 두명은 함께 여류 6단이 되고, 자주 일반 기사들을 꺽을 정도의 실력이 있으며 특히 나카이의 장기는 남자기사와 겨룰만하다고 한다. [본문으로]
  9. 장기팬이며 하부 요시하루와의 대담집 "대국 하는 말" 을 출간한 야나세 나오노리 [본문으로]
  10. "과거의 관습 중에 좋은 점은 확실히 배워야 하겠지만, 노는 것도 인생의 하나라는 말로 연구에 태만한 것을 변명하는 것이나 승부에 대한 배려는 배제할 필요가 있다." - 하부 요시하루 "함께 생활하고, 지게 되면 선배가 밥을 사준다던지 하는 과정에서 은연중에 '이 사람에게는 이길 수 없다'라는 의식이 쌓이게 된다." - 시마 아키라 [본문으로]
  11. 방어의 혈웅, 화려한 횡보잡기 전법, 진비차 거비차 모두에 능하고 정석이 없는 임기응변전투에도 강하며 종래에는 상식처럼 되어있던 "공격은 비, 각, 은, 계 방어에는 금, 은 3장"이라는 것을 대신하여 금, 은 4장을 이용 상대보다 더욱 견고한 방어를 형성하면서 적은 수의 말로 공격해나가는 것이 전법상의 특징이 된다. 이것은 하부 세대의 거의 공통적인 사항으로 장기로 하는 전법에만 의지해서 싸워온 구세대 기사들이 차례대로 격파되는 원인이 되었다. 아오노 9단의 견해 [본문으로]
  12. 세리자와 히로후미같은 기사는 "카피 장기"라고 부를 정도로 경계심을 나타내지만 더더욱 정석연구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도 있다. [본문으로]
  13. 영세 기성 요네나가 쿠니오 [본문으로]

'Shogi'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장기를 배우다  (2) 2008.06.05
묘수풀이 - 타보끝내기  (0) 2008.06.03
제66기 명인전 제4국  (0) 2008.05.23
일본장기의 말. 3. 배열순서  (0) 2008.05.22
일본장기의 말. 1. 종류  (0) 2008.05.22
후리고마 이야기  (0) 2008.05.17
후리고마, 振り駒  (0) 2008.05.16
제66기 명인전 제3국  (0) 2008.05.16
웹기보의 사용  (0) 2008.05.15
장기의 게임이론 분류  (4) 2008.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