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도 (p.4)
소요는 100면 대국의 첫수로 전원에게 ▲5六보를 둡니다. 이 수를 본 스미노는 ‘전형을 둘로 좁혀 들어간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의미가 불분명합니다. 장기의 전법은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몰이비차와 앉은비차 2가지로 확실히 구분됩니다. 따라서 첫수를 어떻게 두더라도 이에 대한 상대의 대응을 결정해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100면대국에서 첫수로 ▲5六보라는 것은 전법으로 중비차를 사용하겠다라는 선언이나 다름없고 이는 유효한 방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자신의 전법을 확정해버림으로써 국면이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중앙돌파’라는 이해하기 쉬운 목표는 100면 대국이라는 상황에 안성맞춤입니다.
본디, 일본 장기의 첫번째 수에는 각행의 길을 열어주는 ▲7六보와 비차의 앞을 밀어치는 ▲2六보의 2가지가 가장 대중적이지만, 중비차에 대한 최적의 첫수로는 ▲5六보가 유효합니다. 보통의 경우, 몰이비차의 첫수는 ▲7六보입니다만, 여기서 중비차로 이어나가려면 ▲7六보 △3四보 ▲5六보, △8八각 승격 ▲동은 △5七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물론, ▲7六보 △3四보에 ▲6六보로 각길을 막아놓는다면 중비차라도 각행교환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현대장기에서 이런 형태는 중비차 쪽에 약간의 손해입니다. 그 점에서 첫수를 ▲5六보인 경우에는 △3四보에 ▲5八비로 이어서 다음에 5七에 각을 찔러줄 수 있습니다.
또, 중비차를 사용하고 싶다면 첫수가 아예 ▲5八비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맞는 말입니다만, 후수가 2번째 수로 △8四보 ~ △8五보로 비차 앞을 찔러올 경우 첫수가 ▲5八비라면 중비차 밖에는 쓸 수 없습니다. 반면에 ▲5六보라면 △8四보 ▲7六보 △8五보 ▲7七각으로 다른 대응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또, 상대의 대응에 따라서 ▲5八비로 돌려서 중비차를 관철하거나 ▲8八비로 돌려서 마주 비차를 쓰는 방법도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100면대국에서 국면의 다양화를 방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첫수는 ▲5八비여야 했을지도 모릅니다만, 장기의 대국에서 같은 중비차인 경우라면 ▲5八비보다 ▲5六보 쪽이 우수합니다. 이견이 있을수도 있지만 저 또한 ▲5八비보다는 ▲5六보를 지지하고 싶습니다.
100면대국에서 완승을 거둔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의 역량일까요. 아마추어 여러명을 상대로 프로기사가 다면 대국을 하는 경우는 자주 있습니다만, 100면대국같은 극단적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괴짜 프로기사로 유명한 센자키 마나부 8단의 저서 ‘야마노테선의 게릴라’에서는 120면 대국을 했을때의 경험담이 나옵니다만, 체력적으로, 특히 허리쪽에 상당한 부담이 걸리는게 부담이 크다고 합니다. 게다가 10국만 남긴상태까지 정리하기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고 전체 대국을 끝내기까지는 5시간 56분이나 필요했습니다. 이 120면 대국은 기네스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최종적으로 다면대국의 기록인정에 필요한 승률 80%에 훨씬 못미치는 55% 정도의 승률에 불과해서 기네스에 등재되지 못했습니다. 현실에서는 남자 프로기사 8단이 도전해도 승률은 겨우 55%라는 점에서 소요가 달성한 100면대국에서의 전승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득한 수준인지 이해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몬지야마 대 스미노 전입니다.
제2도 (p 40 ~ 41)
몬지야마의 오른쪽 사간비차+앉은비차 동굴곰 대 스미노의 몰이 비차(사간비차)인데 각을 교환해서 서로 계마를 다루기 쉽게 만든 것이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이 국면에서 스미노는 △3三각으로 상대의 옥을 노리는 위치에 각행을 둔 반면에 ▲6六계와 각의 움직임을 차단하면서 공격에도 이익을 얻고있습니다. 반면에 선수인 몬지야마는 1열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제3도 (p 44)
1열을 돌파당한 스미노는 비차를 5열로 이동시키면서 중앙돌파를 시도합니다. 1열에서 시작되는 토금의 활용은 상대방 옥까지의 거리는 있지만 말의 이익을 생각하면 나쁜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후수의 중앙돌파도 박력이 충분해서 후수 입장에서는 왼쪽 각행과 은을 걷어치우면서 상대방의 옥을 노리는 형태로 진행되겠습니다.
제4도 (p. 46)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나버렸습니다. 이 투료도에서 왕과 금이 동시에 걸려있습니다. 일단 ▲7九금을 던져서 방어를 굳혀보려 해도 △4九비 승격으로 금을 잡아버린 다음, △7九용 ▲동옥 △5九비 승격 ▲6九계 △8九금 ▲동옥 △6九龍 ▲7九계 △7八金 ▲9九옥 △7九용까지, 외통이 걸리기까지 방어만 급급하다가 투료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덧붙여서 이 장기에도 원래의 기보가 있습니다. 2005년 A급 순위전 미우라 히로유키 대 스즈키 다이스케 전이 모델이 되는 기보입니다.
이 대국에서 스미노는 ‘건성으로 두고있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떠한 경지인가 라는 것에서 하부 요시하루는 대기사 오오야마 야스하루의 장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적이 있습니다.
하부 : 어찌되었건 읽을 수가 없습니다.(웃음) 읽을 수 없다라는 말은 급소를 노닌다는 느낌일까요, 한마디로 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만, 말하자면 좋은 수를 두어야 한다는 집념이 없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상당히 독특한 사고방식인데, 보통 기사들은 그 장면에서 가장 좋은 수를 두려고 합니다. 하지만 오오야마 선생님은 그런 식이 아니라, ‘뭐, 이정도면 괜찮아’라는 식으로 아주 대범하게 둔다고 할까요. ‘장기세계 2006. 8월호. 롱인터뷰, 하부 요시하루, 장기의 지금을 말한다. p.20’
아무리 읽으려 해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 상황에서도 실제 승부에서는 시간에 쫓겨서 전부를 읽지 못하더라도 수를 두기는 해야 하는데, 그럴때 의지가 되는 것은 직감이나 장기적인 안목, 이미지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것이 극에 달하면 ‘대강 두고 있다’라는 경지까지 도달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직감이나 이미지 같은 모호한 것까지도 연마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이 프로의 세계입니다. 컴퓨터와 프로기사의 생각을 비교할 때 낭비같은 쓸모없는 수까지도 전부 읽어내는 컴퓨터에 반해서 직감적으로 좋은 수를 파악해 버리는 것이 프로의 능력이고 이것이 인간이 컴퓨터보다 나은 부분입니다. 즉, 이렇게 ‘읽으려 하지 않는다’라는 것도 훌륭한 무기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