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81다이버 15권에 대해서 적당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15권의 적수는 귀장회가 해외에서 모아온 '각국별 최강기사'들의 모임인 '세계부대'로 이들과 몬지부대의 대결이 메인입니다.
우선은 대 러시아 최강자 전
● 제 1도 (p. 94)
소요의 옥은 안전하게 방어되고 있는 반면 러시아 쪽의 옥은 좌우에서 협공을 받는 형태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술 더 뜨는 ▲3九금. 이 수로 후수는 단숨에 외통으로 몰립니다. △동비 승격 ▲동은 △동용으로 비차와 금, 은의 2:1 교환이 되었습니다만 여기서 ▲7二비로 단숨에 외통. 그렇다고 미리 △5二옥으로 도망치더라도 ▲4三보의 공격이 뼈아픕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투료. (▲3九금 다음에 나올 ▲4一각과 ▲4三보 같은 수가 이어지면서 모두 외통이라는 점도 희망이 없습니다.)
이어 대 한국 최강전입니다.
● 묘수풀이 연기 (p. 99)
에도시대의 천재적인 묘수풀이 작가 이토 칸쥬의 묘수풀이 작품집 '장기도해'에 수록된 작품 99번 '연기'입니다. 해결 절차는 p. 104 ~ 105에 기록되어 있지만 보다 상세한 과정을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다음의 영상을 참조해주세요.
뭐니뭐니해도 총 117수 짜리 묘수풀이 인데다가 쇼기의 말 중에서 상대방 옥 1개를 제외한 39개의 말을 전부 사용한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외통으로 몰아가는 데 필요한 단 2개의 말 뿐.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참고로 이렇게 모든 말을 사용하는 묘수풀이는 연기가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연기'라고 하는데 이런 묘수풀이는 18세기 초에 처음으로 만들어져 1953년에 쿠로카와 이치로가 두번째를 만들 때까지 거의 200년간 유일했다는 점에서 이토 칸쥬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인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사족을 달자면, 한국 장기 애호가의 한명으로써, 장기를 좋아하는 사람로써, 아니 사람으로써 고흐의 해바라기에 비유한다던지 일본장기의 위대함을 한국인이 칭송한다던지 하는 손가락 오그라드는 전개는 제발 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 제 2도 (p. 110 ~ 111)
Z 외통형태는 투료의 방정식. 여기서 Z라는 것은 제로의 머리글자라고도 하고, 절대로(일본어로 '절대'는 젯타이라고 읽고 Z는 젯토라고 읽으므로 발음이 비슷하다.) 외통에 몰리지 않는다고 해서 Z라고도 합니다. 정말 간결한 네이밍 센스지만 종반에 들어서면 대단히 중요한 개념입니다. 81다이버 내에서도 몇번이나 우수성이 강조되고 있는 동굴곰 울타리도 장군을 걸 수 없다. = Z. 이라는 의미에서 강력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참고도 2에서는 ▲1二은으로 후수의 옥은 외통으로 몰립니다. 다음 수로 ▲2一금( 또는 ▲2一 은 오른쪽 승격 또는 ▲2一은 왼쪽 승격)이 있습니다만, △동향으로 잡아낸다 해도 ▲2一은으로 외통. △동옥이라도 ▲2一은 승격 안함 △2二옥 ▲3二금까지 외통. △2四보로 퇴로를 만든다해도 ▲2三은 오른쪽 승격으로 외통. 선수의 옥을 몰아붙일 수단도 없으니 투료가 불가피합니다.
연이어 대 프랑스 최강자 는 건너뛰고 대 미국 최강전입니다.
● 제 3도 (p. 124)
여기서 후수의 한수에 5천명이 굳어버렸다고 하지만 이것은 요네나가 쿠니오 영세 기성이 고안해낸 '신 귀신죽이기'입니다.
전문적인 해설서적까지 출간된 전법을 보고 5천명이 아무도 본적이 없다는 식이라면 의외로 수준이 낮은걸까요? 이건 농담이지만 사실 흔히 볼 수 없는 전법인 것도 확실합니다. 소요가 노리고 있던 각행교환 후에 4군데에 각을 찔러들어가면 귀신죽이기와 같은 맥락에서 △6二금으로 받아치는 응수까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것으로는 모두가 신 귀신죽이기 쪽에 유리한 전법이라고 합니다.
이미 오래된 기서 때문에 결론을 무조건 인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전법은 아니므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게 진짜 의미입니다.
아무튼, 소요가 실전에서 사용한 △3二금은 더더욱 흔치않은 수입니다. 이것은 일단 각행교환에 대비해서 확실하게 비차 앞의 보를 찔러넣겠다는 의미로 중비차의 ▲7八금과 같은 맥락의 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상대방의 목적을 간파하고 응수를 회피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진비차의 경우에는 △3二금은 보통 손해보는 수라는 쪽이지만 여기서의 좋고 나쁨은 조금 미묘해지겠군요.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을 '피했다'라고 규정해 버리는 것은 역시 탐탁치 않은 느낌이 듭니다. 자신의 스타일 대로 승부에 나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일부러 상대가 원하는 방법대로 싸워줄 필요가 없습니다. 시합에서 기합의 가치라는 것도 중요하긴 합니다만, 결국 장기에는 어려움과 재미가 함께 하는 거라서요.
● 제 4도 (p. 132)
△9二각에 의해 선수의 옥이 외통으로 몰렸습니다. ▲9三옥으로 한번 도망칠 수는 있지만 △5六각으로 빼면서 장군쳤을 때 9二를 무엇으로 막더라도 △동향으로 외통이 됩니다.
마지막은 대 독일 최강전입니다.
● 제 5도
이 형태를 어긋난 각 전법이라고 합니다. 이 전법은 다소 마이너한 전법의 하나로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평가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 이유라면 각이 사각에 놓인다는 단점(초기 배치 상태의 각은 가동범위가 16칸에 걸쳐 있는데 한칸 옆으로 어긋나게 되면 14칸으로 줄어들게 된다.) 때문이겠지만 반면에 이 전법에서는 확실하게 후수의 몰이비차를 봉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다소 무리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전법으로 싸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방 승부에 나서는 아마추어들 중에는 애용하는 사람이 많은 전법이기도 합니다.
상대하는 '독일 최강'이 독특한 감각으로 밀어붙이는 통에 소요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만, 억지로 옥의 머리쪽을 노리는 싸움으로 밀어붙여서 활로를 만들었습니다.
● 제 6도 (p. 171)
작중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후수가 장군을 부른다면 △동금으로 역장군이 되면서 선수가 몰리게 됩니다. 결국 ▲2七옥으로 도망쳐야 하지만 △3七금으로 끝. 투료가 불가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