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은 전쟁에서 물질과 정신의 비율이 1:3이라고 말했지만 그 뒤에 일어난 전쟁들은 물량이 정신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과 전쟁이 결탁하면서 가속화된 전쟁과 과학의 결합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쳐 핵전쟁이라는 새로운 전쟁을 낳기에 이르러 전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변화시켰고 걸프전은 과학이 오늘날 전쟁과 어떻게 결부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의 관점을 통해 전쟁을 해석하는 시각은 오늘날의 대세이고, 전쟁사를 특정한 관점을 통해 조망하려는 시도 중에서도 이 책은 추세에 맞추어 과학을 통해 다른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과학이 전쟁의 역사를 바꾸게 된 순간들을 차례차례 짚어나가며, 장궁, 석궁, 화약 등의 굵직한 사건들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점들, 이를테면 나폴레옹의 대육군의 보급에 있어서 통조림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비롯한 세세한 부분들도 파고들어가면서 그것이 다시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밝히면서 흥미롭게 글을 풀어가 궁극적으로 과학이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 2차대전 후기의 핵무기 개발 경쟁 부분까지를 설명하며 다시금 조명되는 자성적 과학의 문제를 지적한다. 종래에는 잘 논의하지 않던 일본의 731부대 문제까지 포괄하여 과학자가 애국심과 도덕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은 오늘날까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목차
1. 인간의 용맹이 전쟁터를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
2. 중세 유럽으로 밀려 들어온 이슬람의 과학지식
3. 유럽을 중심으로 만개한 군사과학
4. 항해술의 발달과 제국주의의 탄생
5. 정치라는 재갈을 물게 된 과학
6. 과학자의 양심이 먼저인가, 애국심이 먼저인가
7. 현대산업은 1·2차 대전에 헌신한 과학의 산물이다
8. 인류 최악의 과학 드라마, 원자폭탄의 개발
9. 엄청난 파괴력을 소유한 현대과학은 어디로 갈 것인가
10.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꺼이 정치의 시녀가 된 과학
아쉬운 점
어니스트 볼크먼의 책이 그렇듯 흥미로운 주제를 잡아내는 능력은 대단하지만 사실, 무리해서 전체를 통괄적으로 해석해나가다 보니 왜곡이나 오류가 군데군데 눈에 띄는 점이 아쉽다. 아쟁쿠르 전투에 있어서 롱보우의 역할을 강조하는 새로운 접근 방법은 신선한 부분은 있으나 일부를 지나치게 과대포장하고 있다. 롱보우가 아쟁쿠르에서 영향을 준 한 요소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전체의 전국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주었을까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월남전에 있어서 미국이 실시한 폭격의 정확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뒤바꾸었다고 하기에는 무리한 감이 있다는 걸 무시하고 있다. 이것은 현대에 이르러 전쟁이 서로 다른 패러다임, 말하자면 산업전쟁과 게릴라 전쟁이라는 두가지 관점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미국의 과학과 산업력은 베트남의 게릴라 전에서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의 한계를 내보인 것을 무시하고 있다. 과학이 현대의 산업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쟁이나 인간사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기에는 우연이나 정신적 요소에 의존하는 면이 많이 크다. 또, 과학과 전쟁의 결부가 어떠한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지적은 공허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저자의 해석에 어느 정도 의문을 갖고 생각할 필요가 있지만 그냥 전쟁이 과학과 어떻게 결부될 수 있는지 사례들을 살펴보고 흥미위주로 간단하게 보기에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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