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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Drama

The otherside of LoST No5. 로스트와 지연된 선택

우리는 일어난 사건의 인과관계를 따져가면 과거와의 연관성을 추론할 수 있기에 과거의 행동들이 현재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데스몬드가 마치 ‘섬에 가는 것’이 과거에 이미 결정되어 바꿀 수 없는 운명인 것처럼 느끼듯 섬에 도착해보면 모든 것이 이런 결과를 낳도록 영향을 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어떤 방법으로도 과거를 고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은 이미 일어난 것이고 패러데이가 강조하듯이 과거는 무슨 짓을 해도 바꿀 수가 없다. 하지만 ‘과거’라는 것은 샬럿이 미친사람 같은 패러데이를 과거에 만났다고 느끼듯이 현재의 경험에 의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지연된 선택' 실험을 살펴보자.

휠러의 '지연된 실험' Wheeler's Delayed Choice Experiment

휠러의 ‘지연된 선택’ 실험은 존 휠러가 1978년에 고안한 사고실험이다. 휠러는 양자역학에서 이중슬릿을 통과한 광자의 성향을 나중에 설치한 감지기를 통해서 변화시킬 수 있음을 통해 현재가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지연된 측정이 과거에 이중 슬릿을 통과해나온 광자의 과거 경로와 파동 또는 입자라는 빛의 속성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휠러의 사고 실험은 양자역학의 기묘한 성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2007년에 실제 실험을 통해 휠러의 사고실험을 입증했다.


실험 1: 광자를 이중 슬릿에 발사하면 슬릿을 통과한 빛은 파동의 성질을 나타내어 간섭무늬를 만들게 된다. 만약 슬릿 하나를 막아버리게 되면 빛은 간섭무늬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 현상은 하나의 입자인 것이 분명한 광자를 이중슬릿을 통과시킬 때에도 똑같이 나타난다. 즉, 입자인 광자가 파동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실험 2: 이 실험을 좀더 변경시켜서 광자를 발사할 수 있는 레이저 발사장치를 준비하고 그 앞에 광선 분리기를 설치하자. 광선 분리기에는 은으로 반도금되어 있는 거울이 있어서 여기를 통과한 빛의 반은 거울을 투과해서 지나가고 나머지 반은 반사되게 된다. 따라서 광원을 출발한 레이저 빔은 분리기를 거치며 왼쪽 빔과 오른쪽 빔으로 양분되어 각자의 길을 가도록 ‘분리’된다. 이제 각자의 빔이 가는 길목에 빛을 전반사 시키는 거울을 설치하면 갈라진 빔을 다시 스크린 위의 한장소에 모을 수 있다. 이 실험에서 광선분리기는 슬릿과 본질적으로는 같은 역할을 하며 스크린 위의 빔은 파동의 상태를 나타내어 간섭무늬를 만든다. 만약 레이저 발사기의 광도를 극단적으로 낮춰서 1초당 광자 하나를 발사하도록 만들어 보면 어떨까? 고전적 관점에서 보면 광자라는 입자 하나가 광선분리기에 도달하면 통과하거나, 반사하거나 둘중의 한가지 만을 선택한다. 즉, 슬릿을 막아 버린 것처럼 광자는 한번에 한가지 경로만을 통과하기 때문에 차례로 발사되는 광자들은 다른 광자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채로 오른쪽이나 왼쪽의 경로중 하나를 따라서 스크린에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스크린에는 간섭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양자 물리학은 이 현상을 ‘두개의 가능한 과거’라고 설명한다. 하나의 광자는 두개의 경로를 동시에 거쳐서 움직이고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움직인다. 또 광자가 있는 위치는 확률파동에 의해서 결정되므로 왼쪽 경로의 확률파동과 오른쪽 경로의 확률 파동이 합쳐지는 스크린 위에서는 간섭무늬가 발생하게 된다. 즉, 이 실험에 나오는 광자들은 하나의 과거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과거’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분리와 슬릿의 갯수가 늘어날 때마다 과거는 수많은 과거를 거치면서 스크린의 ‘현재’에 도착하므로 현재는 모든 가능한 과거의 중첩된 합이다.




실험 3: 만약 실험 1에서 광자가 정말로 이동한 궤적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빛이 이동하는 경로에 미세한 감지기를 설치해서 광자가 이동하는 경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통과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광자 감지기를 설치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실험을 해보면 광자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두가지 길을 동시에 지나치지 않고 한번에 하나의 경로만을 지나가게 된다. 즉, 간섭무늬가 사라지고 스크린에는 두개의 줄무늬가 나타난다.

즉 간섭이 이루어지면 그 즉시 모든 과거의 가능성은 사라지고 하나의 과거만이 감지되면서 마치 과거에서 현재까지가 단 하나의 경로를 따라서 움직여온 것 처럼 보인다.


지연된 선택의 확장

실험 4: 실험 2에도 광자감지기를 설치할 수 있다. 광선 분리기 뒤에 광자 감지기를 추가로 설치해 놓은 다음 1초에 광자 하나씩을 발사하도록 설정한 상태로 광자 감지기를 꺼놓으면 앞서했던 실험과 동일하게 스크린에는 간섭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광자 감지기의 스위치를 켜면 광자의 경로는 ‘관측’ 되고 그 즉시 광자는 파동의 성질을 잃고 입자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스크린에는 간섭무늬가 나타나지 않는다. 여기서 추가한 광자 감지기의 위치를 스크린에 가까운 쪽으로 충분히 멀리 옮겨 놓아 보자. 그럴 경우에도 광자 감지기의 스위치를 꺼놓으면 스크린에는 간섭 무늬가 나타나고 스위치를 켜면 간섭무늬가 사라진다. 이것이 '지연된 선택'이다.

광자는 광선 분리기를 지나는 순간에 파동처럼 행동해 두가지 경로를 동시에 지나갈 것인지 입자처럼 행동해 하나의 경로를 따라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막 광선 분리기를 통과한 광자는 저 멀리 있는 광자 감지기의 스위치가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즉, 감지기의 스위치가 꺼진 상태에 대비하려면 광자는 처음부터 양자 파동처럼 행동해서 두개의 경로를 동시에 지나가야 하는데 이미 광선 분리기를 통과한 광자가 이동하는 도중에 갑자기 광자 감지기가 켜지게 되면 지금까지 파동처럼 행동해오던 광자는 갑작스럽게 과거를 지워버리고는 입자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 실험의 결과는 다른 것보다도 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바꾸어 말하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현재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과 같다. 패러데이가 데스몬드에게 자기 엄마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게 되면 3년이나 지난 데스몬드는 가능한 과거의 수많은 합 중에서 정확한 하나의 과거, 즉 패러데이가 데스몬드를 만났던 과거를 지나온 것처럼 된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자 마치 처음부터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갑자기 모든 과거가 결정되어 버린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한 걸까?

실험 4의 결과가 납득하기 어렵다면 광자 감지기의 위치를 ‘충분히 멀리’ 옮기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사고 실험에서는 광자가 초속 30만 킬로미터(정확히는 진공중에서 1초에 299,792,458 미터)라는 엄청난 속도로 이동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거리를 띄워놓는다는 개념을 납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광자가 그 엄청난 속도로도 움직이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정도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우주공간을 무대로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중력은 공간에 영향을 주어 빛을 휘어지게 만들 수 있다. 즉 중력이 렌즈와 같은 영향을 주어 빛의 굴절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현상을 이용해서 새로운 실험을 생각해보자.


실험 5 : 하나의 별에서 출발한 빛이 도중에 만난 블랙홀 같은 중력원에 의해서 굴절되어 서로 다른 두가지 경로를 통해서 지구에서 관측된다고 생각해보자. 이 실험에서 빛이 출발한 별은 광원의 역할을 하고 중력원은 광선 분리기의 역할을 한다. 만약 서로 다른 경로로 접근해온 이 빛을 검출해서 그중의 한 경로에만 광자 감지기를 설치했을 때, 역시 마찬가지로 감지기가 켜지면 광자는 지금까지 하나의 경로만을 통해서 이동한 것처럼 행동하고 거지면 두개의 서로 다른 경로를 파동으로 진행해온 것 처럼 간섭무늬를 만들어 낸다.

이 실험에 사용된 광자는 지구에 도달하기 전에 무려 수십억년 이상 우주공간을 날아왔을 수도 잇다. 즉, 광자는 관측자가 태어나기도 전에 심지어는 지구가 생겨나기도 전에 입자처럼 한 길만을 따라갈 것인지 파동처럼 두길을 동시에 지나갈지를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그런데 수십억년 이상 이동해온 뒤에 감지기에 포착되는 순간 광자는 모든 과거를 백지화 하고 마치 수십억년 동안 오로지 입자로서 한길만을 이동해온 것처럼 행동해 버린다. 수십억년 분의 과거가 현재의 간단한 행동만으로 바뀐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는 일은 패러데이가 누누히 말하듯이 ‘불가능’하다. 일단 일어난 사건은 오벨리스크의 상형문자들 처럼 바뀔 수가 없이 고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말한 기묘한 상황등은 대체 왜 생겨나는 걸까. 이것은 양자역학의 과거 개념과 고전적이고 직관적인 과거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고전적으로 생각하면 광자는 과거에 이미 이런 일을 ‘했거나’ 저런 일을 ‘했다.’ 그러나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광자의 과거는 유일한 행동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가능한 과거들이 중첩된 상태로 있다가 관측이라는 행위가 개입되었을 때 마치 하나가 과거의 ‘대표 선수’ 내지는 ‘대표 과거’인 것처럼 나타나게 된다.

양자 지우개를 이용한 과거 만들기 실험

휠러의 실험을 통해서 현재의 '관측'이 과거를 하나로 결정지어 준다면 만약 이 관측의 효과를 무효화 시킬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해 하나로 결정되어 버린 과거를 다시 수많은 가능성의 합으로 복원할 수도 있을까?

실험 6: 실험 1에서 사용된 이중 슬릿의 앞에 양자 지우개라는 장치를 설치해보자. 이 장치는 광자에 일정한 표시를 부착시키는 장치이다. 어떻게 광자에 꼬리표를 붙여놓을 수 있을까라는 직문은 복잡하지만 슬릿을 통과하는 광자의 스핀축에 일정한 방향성을 부여해주고 광자가 도달한 위치만이 아니라 스핀까지도 측정가능한 고급형 스크린을 사용하면 어떤 광자가 어떤 슬릿을 통과했는지도 판별할 수 있다. 이렇게 장비를 설치하면 스크린에는 간섭무늬가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슬릿 앞에 부착한 꼬리표 부착기가 광자의 행적을 폭로했기 때문에 광자는 파동의 성질을 포기하고 입자의 행동을 따라하기로 결정해서 슬릿을 한번에 하나씩 통과하기 때문이다.

실험 7: 만약 실험 6에서 사용한 광자의 과거 정보를 지워버린다면 스크린에 나타나는 무늬는 무엇이 될까? 광자가 어떤 슬릿을 통과했는지 알려주는 정보를 무력화 시킨다면 '두개의 경로를 지나온 과거'가 다시 부활시킬 수도 있을까? 가능하다.
이들은 스크린의 바로 앞에 광자의 과거를 말살하는 필터를 추가했다. 앞에서 사용한 장치는 광자에 스핀을 이용했으므로 이번에는 이러한 분류를 없애고 광자의 스핀을 획일화 시켜주는 장치를 사용하면 이런 과거 말살 필터, 즉 '양자 지우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놀랍게도 스크린에 다시 간섭무늬를 만들어 낸다.

지금까지의 내용과 별반 다를 것은 없지만 이 실험을 통해서 실험 4와 결합해서 생각해보면 관측 행위로 인해 결정되었던 것을 이번에는 지워버릴 수도 있다. 즉, 수십억년에 걸친 광자의 과거를 간단한 현재의 선택 만으로 결정지었다가 다시 없애버리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로스트와 지연된 선택

We really do not have time for me to try to explain. You have no idea how difficult that would be, for me to try to explain this--this phenomenon to a quantum physicist."
로스트 5x01에서 패러데이

로스트에서 잭 일행이 1977년에 달마에 영입되어 사진을 찍는 것은 가능한 과거의 합중 하나이고 관측하는 순간에 그들은 그곳에 있었던 것으로 확정된다. 우리가 현재 행하는 관측은 여러가지 가능한 과거의 가능성들 중 하나를 현실 세계로 현현시킨다. 찰리가 운명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데스몬드가 그의 운명을 관측하게 되면 관측된 부분은 명확하게 결정되고 처음부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 처럼 진행된다.

참고자료

http://en.wikipedia.org/wiki/Wheeler's_delayed_choice_experiment
http://en.wikipedia.org/wiki/Quantum_eraser_experiment
http://www.newscientist.com/article/mg19426101.300-the-flexilaws-of-physics.html
http://scienceblogs.com/principles/2007/02/thought_experiments_made_real_1.php
http://www.tardyon.de/ko2.htm
The fabric of the cosmos - Brian green
http://lostpedia.wikia.com/wiki/Time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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