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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note

[블로그] 반성

이 블로그의 글 수가 365개를 넘었다. 블로그를 개설한게 작년 3월 20일이었으니 따로 뽑아낸 일본장기관련글을 빼더라도 하루에 1편 꼴로 꼬박 1년동안 글이 적어온 셈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블로그에 글을 적으면서 느낀 고민들과 생각을 적어본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어장으로 가라

1년간 블로그를 하면서 알게된 바로, 블로그에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법의 핵심은 사람들이 흥미를 갖는 주제에 대해서 적는 것이다. 인터넷의, 또 우리사회의 특성상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고민할 시간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분야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알기 위해 인터넷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좁은 분야에 관련된 정보를 담고 있을 수록 자주,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된다.

인터넷 사회에서 노출은 곧 권력이다. 아무리 깊이있고 철학적인 내용이라도 사람에게 전달되지 못하면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블로그를 하면서 쓴 수많은 글들 중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 가면서 쓴 것은 중동전쟁에 관련된 번역 내용이지만 1년동안 중동전쟁 관련 내용이 노출된 것보다 1달전에 적은 미녀들의 수다 관련글이 더 많이 노출된다.

블로그 노출빈도나 영향력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고 싶다면 주제보다, 내용의 심도보다도 사람들이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검색순위등을 통해서 알아내고 그에 관한 글을 써야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심지어 하루에 5천명까지) 물론, 사람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꼭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저 낚시가 될 뿐이고 그런 사람은 다음에 내 글을 보더라도 기대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저렴하던가 고급이던가

일상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러더포드의 언명은 좋은 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지만 역으로 일상언어로 적힌글이 마치 제대로 이해하고 쓴 듯한 글로 보인다는 것도 말해주고 있다. 1년간 내 글에 대한 의견들 중에 가장 많이 들은 것은 글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이건 읽는 사람의 문제보다는 내가 그 주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 대해 코멘트를 할만큼 잘아는 사람은 인터넷 정보를 믿지 않고 그 부분을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대할만한 반응은 기껏해야 ‘좋은 글이네요. 하지만 읽지는 않았습니다’인 상황에서 나는 고민스런 선택에 직면한다.

수많은 리플이 달린 글은 다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그 자체가 글의 가치를 높여준다. 막장드라마도 소문만 나면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네가티브 전략을 사용하거나, 일부러 비속어를 사용해가며 과격하게 글을 써서 전체적인 가치를 떨어트리더라도 읽는 사람의 감정적인 부분을 자극하면 역으로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즉, 독자의 반응과 피드백은 인터넷 사회에서는 권력으로 통하는 지름길이고,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노출되는 방법은 우습게도 아주 좋은 글을 쓰는 방법과 아주 끔찍한 글을 쓰는 방법 두가지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저렴하던가 고급이던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보다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언어로 쌈마이 블로그가 되더라도 그렇게 해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면, 중심 아이디어만 살아있다면 그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논리와 목적의 정당성이 절차의 정당성을 담보해줄 수 없다는 논리 중에 나는 후자를 선택하는 편이지만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주 발견하며 이것이 2MB시대의 대세이다.

솔직해라. 진솔하라. 내 목소리를 말하라.

얼마전에 종종 내 블로그에 글을 남겨주시는 조류 님이 리뷰 글에 이런 리플을 적으셨다. “이런 글 쓰실 때 영상도 보고 쓰시나요?”

그에 대해서 습관적으로 답을 할때에는 별로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이 질문은 며칠동안 내 뇌리를 떠나지 못했다. 요 며칠동안 적은 선라이즈 로봇애니메이션 중에서 다이탄과 점보트는 전편을 내가 다 본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일부를 보긴했고 게임으로도 접했고, 이렇게 저렇게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리뷰를 적을 만큼 잘 아는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내가 그 글을 리뷰로 작성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한다면 그건 내 리뷰가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의 리뷰를 장황하게 번역해놓았을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내 블로그 글들을 하나씩 둘러보자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새 관점이 나왔다. 사람들이 블로그에서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서 남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거 같다. 우리는 노무현 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권위가 파괴된, 또 권위를 파괴하는 것이 선이라고 생각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런 사회에서 남보다 높은 위치에서 설명하는 듯한, 그것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도 남의 글을 배워가는 상황에서 쓴 글이 그다지 사람들에게 ‘땡기는’글이 되지 않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찬찬히 돌아보면서 나는 얼굴이 화끈거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나라 대통령께서 걸핏하면 이야기하는 소통이 진실된 교류와 대화가 되지 못하고 공염불을 벗어나지 못하듯 내 글들도 다시 돌아보고 나의 목소리를 내도록 바꾸어 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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