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발생한 소요가 이제는 진정세로, 또는 보다 암울한 단계로 접어드는 시점이 되면서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일어났던 반응들을 되살펴 보는 것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특성에 따라 다양한 성향의 댓글들을 관찰할 수 있다. 불행한 인명피해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고,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이다. 그리고 눈에 띄는 논지를 살펴보면, 국제사회를 존중하지 않는 이스라엘에 문제가 있다, 테러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하마스에 문제가 있다는 등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대체로 이스라엘 쪽에서 사태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았다.
특이한 점은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은 댓글 들중에 보다 극단적으로 유대인이나 기독교에 대한 증오심을 여과없이 나타내는 것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이들의 논지는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사태는 마치 일제식민지 시절에 당했던 우리민족의 고통을 연상시킨다, 이스라엘은 존재 자체가 부정되어야 마땅하다, 과거에 고통을 받았던 것을 잊어버리는 것은 더 나쁘다는 등으로 전개해서 궁극적으로는 이스라엘을 구성하는 핵심이 되는 유대 민족의 잘못을 물어 멸종시켜야 한다는 논리까지 전개된다.
만약 그렇다면 일본인들이 북한의 고조된 긴장감을 보면서 "조선인들은 미개하고 폐쇄적이다"라고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민족이라는 개념은 50년동안 정부가 다른 것만으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또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부쩍 늘어난 언론의 자유 문제를 거론하여 "조선민족은 자유를 주어도 통제할 수가 없다. 식민지배를 받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한다면 어떨까?
국가와 민족은 다른 것이다. 민족은 보다 영속적인 개념이며 혈연적인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에서 일어난 문제를 해당 국가의 민족에 묻는 것은 마치 논쟁중에 부모욕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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