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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Game

카타리나 에란초의 모델

대항해시대2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 중의 하나는 1편과 달리 주인공이 여러명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서로서로 조금씩 연관되어 있다는 점인데 에스파냐 편의 주인공 카타리나 에란쵸는

시리즈 최초의 "여주인공"이었습니다.

"카타리나 에란초의 기구한 모험은 평화롭던 어느날 이웃나라인 페레로 가의 기를 게양한 선박이 에스파냐 선박을 공격, 오빠 미구엘과 애인 에르난이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지면서 시작됩니다. 그 복수를 위해 카타리나는 에스파냐의 최신예 갤리온 선을 훔쳐내고 동료인 프랑코 사누드와 해적이 됩니다. 원한을 갚기위한 긴 모험중에 에란쵸는 조안 페레로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무언가 이상한 점들을 느끼게 되는데..."


이 얼굴로 18세! 서양인들은 확실히 일찍 나이든다지만... 그보다 중위에다가 애인까지 있다.

으음....

그런데, 이 카타리나 에란쵸에게는 실존인물인 모델이 있습니다.

여성군인이자 해적이된 카타리나 에란쵸의 모델은...

바로 카타리나 데 에라우소(Catalina de Erauso) 라는 실존인물입니다.

이 사람은 에스파냐의 소수민족인 바스크족 출신으로 기록상으로는 1592년 출생 후 세례를 받았다고 되어 있지만 다른 자료들과 조합해서 추측하면 1585년 출생이 아닌가 합니다.

그 활약상에는 여러가지 전설들이 뒤섞여 있어서 사실과는 분리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신빙성이 있는 것들을 뽑아보자면, 우선 La Monja Alferez, 즉 수녀 중위라고도 불리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릴적에 수녀원에 들어갔지만 그곳의 생활이 성격에 맞지 않아 서원을 하기 직전인 15세에 수녀원을 빠져나와 남장을 하고 "프란시스코 데 로욜라"라는 가명으로 군에 입대합니다. 수녀원에서 지내다보니 잘 아는 것이 없었지만 어렵게 빌바오까지 갔을때 만난 바스크 동포의 도음으로, 원양에 나가는 선박에 승선하여 스페인령 신대륙 식민지로 향했습니다.

카타리나는 페루에 부임했을때, 돈 디에고 데 사라비아 밑에서 친오빠 미구엘 데 에라우소와 함께 근무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카타리나는 5살때부터 수녀원에서 지내다보니 오빠도 알아보지 못했고 카타리나도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복무하던 중, 원주민들과의 분쟁으로 소속부대가 괴멸되었을 때 전투중 복부에 총상을 입고서 생환했는데, 치료하러 군복에 손을 댄 병사를 맨 주먹으로 때려눕혀버렸다는 전설같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일설에는 생리... 로 인한 출혈을 복부의 총상으로 오인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요, 아무튼 이런 강인한 성격이 상관의 눈에 띄어 이후 곤사로 로드리게스의 부하로 "알론조 디아스 라미레스 데 구스만"이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전출되었다가 다시 아라우코 성주 기렌 데 카사노바에게 배속됩니다. 그 외에도, 기록에 남아있는 바로는 파라과이 군 사령관 루이스 데 세스페데스, 베라크루즈 총독 후안 코르테스 데 몬로이, 프란시스코 페레스 데 나바렛테 등등 다양한 상관을 전전했던 걸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전출이 잦은것이 눈에 띄지 않으신가요?

사실 카타리나 데 에라우소는 전장에서는 용맹하고 상관에게 깍듯한 예의를 지켜서 신뢰를 받았지만 결투를 신청해서 상대를 죽여버리는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결투 자체는 당시에 불법이 아니었지만 죽여버리게 될 경우에는 복수를 당할 수가 있었죠. 그러나 워낙 성격이 불같은 카타리나는 자주 결투를 하게되었고 어느날 부사관 한명과 결투를 하다가 또 상대방을 죽여버리게 되었고, 그 때문에 결투 상대방의 친구에게 복수를 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찌된 운명의 장난인지, 습격을 해온 상대는 사실 친오빠 미구엘이었던 것!

이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은 카타리나는 군대를 탈주해서 해적이 되었습니다. 일설에는 군대를 탈영한 것 뿐이었고 해적행동까지는 하지 않았다고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나중에 구명활동이 있었는지 과오가 용서되고 에스파냐 군으로 복귀했고 네덜란드와 에스파냐 간의 리마 해전에도 참전해서 기함에 탑승했다가 격침되었을때 살아남은 생존자 3인중 1명이었다고도 합니다.

또, 재미있는 건 이 사람은 남장을 하고는 있다해도 여성인데 이성보다 동성에게 매력을 느꼇다고 합니다. 리마에서 카타리나는 두명의 이복여동생이 있는 부유한 상인의 호위를 했던적이 있는데, 여동생의 무릎을 베고 다리 사이에 손을 넣는 모습을 상인에게 들켜서 해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 쪽을 여행하다가 조난을 당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한 메스티소 여성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원기를 회복하게 되었을때, 상대방이 카타리나와 자기 딸을 결혼시켰으면 하는 의도를 밝히자 카타리나는 줄행랑을 쳐버린 경우도 있는데, 그 사건에 대한 기록으로는 딸의 외모가 마음에 안들었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그녀의 행동들을 분석해서 양성구유자였다는 설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을 살아오던 카타리나는 어느날 신대륙에서 부상당해 죽음을 눈앞에 두게됩니다. 죽음을 눈앞에두었다고 확신한 카타리나는 고해성사를 받으며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사제에게 밝힙니다.

그리고....

죽지 않고 부상에서 회복된것입니다.

이로써 지금까지 여성인줄을 모르고 같이 복무했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일약 유명인이 된 카타리나는 로마에 여행해서 교황을 알현하고 남장을 허락받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에스파냐 북부에 영지도 하사받았다고 하는데 이런 유별난 인생때문에 스페인에서 그녀는 독재자 프랑코 시절에 만들어진 법률을 어기면서도 애국심에 불타는 투사 이미지와 시대를 앞서간 여성해방운동가의 이미지로 상징화되었고, 그녀를 소재로 하는 La Monja alferez라는 제목의 1987년 스페인 영화도 있다는군요.


다혈질의 여성 군인 카타리나 데 에라우소.

대항해시대에는 드물게 여자로서 남자들보다 뛰어난 용기와 검술을 과시했던 이 사람은 기록에 남아 전설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용기가 대단하고 무기를 다루는데에도 능숙했다. 남장을 하고 길고 짧은 검을 꽂고 있었으며 50세가 되었지만 강건하고 건장한 체격이었다. 콧수염은 없었다."

- 니콜라스 데 레시테리아의 카탈리나 평. 1645년 베라크루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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