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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gi

고속도로 론

아르미셸 2008.07.21 13:00

얼마전 영세6관왕에 올라 사상 최강의 일본장기 기사라는 위상을 드높인 하부 요시하루는 "웹진화론"이라는 책에서 네트워크가 장기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IT와 넷의 진화에 의해서 장기계에는 강해지기 위한 고속도로가 단번에 깔렸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달려나간 앞에는 대정체가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유명한(일본에서) 고속도로 이론입니다.

Run your highway

현대 일본장기에서는 정석의 연구성과가 널리 공개되고 방대한 기보데이터 베이스가 열람가능해지면서 장기의 실력은 급속도로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과거에 비교한다면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로 상당한 수준까지 강해질 수 있게 되어 확실히 "정비된 고속도로"를 질주해 나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몇십년전 엘빈 토플러가 에측했던 정보화 혁명의 성과가 급속도로 우리에게 눈에 띄기 시작한 것입니다. 십수년전만해도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로, "나는 시국에 대해서 이러저러하게 생각한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대자보를 쓴다던지 하는 조금은 위험한 방식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블로그에 글을 적는 것만으로, 지구 정반대편(정말로!)서도 내가 적은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느정도 수준에 오른 다음에는 엄청난 정체상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의 일일 평균 방문인구는 100~200여명. 이 정도의 블로그는 국내웹만해도 널리고 널렸으며 웹이라는 거대한 피라미드에서 본다면 눈에 띄지도 않을만큼 작은 규모에 불과합니다. 그 위에도 상당수의 팬층을 확보한 블로그들이 존재하다가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구독자만해도 수천명 단위를 넘어서는 극소수의 "파워 블로거"들이 존재합니다. 고속도로의 정체상태를 연상시키는 이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할까요.

보기만 해도 갑갑해진다.

그 부분에 대해서 하부 요시하루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도 모릅니다. 다만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 만으로는 달려나갈 수 없지 않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엑셀을 밟고 단지 속도를 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발상, 다른 접근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라는 생각입니다. [각주:1]

결국 천재에게도 확실한 비법은 없군요. 야근에 지쳐가면서도 열심히 하지만 딱히 남보다 앞서가고 있는 느낌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길은 무엇일까요. 답은 남보다 1분 1초라도 더 열심히가 될 수도 있겠고,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운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각자가 나름대로의 대답을 가질 수 있겠죠.

저 또한 이 문제로 고민을 합니다. 전에 적었던 블로그 관련 글에서 적었듯이 제 블로그는 위키피디어를 비롯한 월드웹에서 떼어온 정보를 번역이라는 간단한 가공을 통해서 제공하는 가판대 같은 것입니다. 제가 적은 내용에 대해서 더 알고싶은 부분이 있다면 원본글을 찾아서 보시면 간단하게 찾아볼 수 있고 저보다 빨리 글을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글의 양은 별 의미가 없죠. 중요한 것은 글의 양이 아니라 글에 대한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1. 장기세계 2006년 8월호 '하부 요시하루, 장기의 지금을 말한다.' p.1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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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 프로필사진 DanielKang 2008.07.22 13:49 신고 흠.. 고속도로 이론이라... 아마 저 이론은 장기뿐만 아니라 지금 세상의 모든 것에 적용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보로의 접근이 쉽기에 손쉽게 어느 정도의 위치에는 올라가지만 너무 손쉽게 올라간 탓에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정체에서 한 걸음 더 내딛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들였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하고 지금까지 해 왔던 손 쉬운 방법보다는 다른 방법을 통하여 한 걸음 내 딛어야 하는데 많은 이들은 그곳에서 주저앉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죠

    아르미셸님의 블로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드는게 아르미셸님의 블로그가 단순히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일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르미셸님이 가지는 관심 거리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듭니다
    만약 제가 아르미셸님을 몰랐다면 일본 장기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글을 읽어볼것이며 또 전쟁에 대해서 글을 읽어볼까요?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지만 그 손쉬운 것들조차도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아르미셸님을 알게 됨으로써 서로의 지식을 나누며 서로의 관심 거리를 나누는 것이겠죠
    저는 블로그라는 것이 그냥 단순한 정보의 공유보다는 이러한 서로의 관심의 공유라는 측면에서 봐야한다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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