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여년 전쯤에 "머나먼 갑자원"이라는 야구만화가 나온적이 있는데 지금에 와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본 만화 중에 눈물뽑기로는 닥터 노구찌와 함께 베스트를 다투는 명작이었다. 우리 주변의 최루성 멜로 드라마가 온갖 희한한 설정으로 비틀어 놓은 완전 뻔한 이야기를 늘어서 눈물을 짜는데 반해, 사람들의 삶이라는게 그렇듯, 논픽션이 주는 감동은 픽션보다 훨씬 더 깊을때가 많다.
선배가 만화보면서 뭔 눈물이나며 뺏어 읽다가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눈에서 땀을 흘리던 기억.
아무튼, 그 머나먼 갑자원의 작가 야마모토 오사무는 또다른 작품 "천재기사 사토시"에서도 논픽션으로 한 일본장기기사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네프로제 라는 신장병으로 고통받으며 생명력이 깍여나가는 부자유함 속에서 장기라는 하나의 반상유희에 생명을 거는 한 사람. 명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병마와 싸워나가며 끝까지 발버둥치다 쓰러지고,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무라야마 사토시라는 한 기사에게 맞춰진 초점은 조용하게 때로는 격하게, 안타깝게 보는이의 마음을 흔들어간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전개가 지루하다거나 좌절감의 표현때문에 갑갑해서 싫다던지, 끝까지 이도저도 안되고 흐지부지한 것이 싫다는 등의 의견도 있고, 가볍게 읽기에는 "당신의 삶은 어떤가"라고 진지하게 물어오는 듯한 면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군데 군데 일본장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독자층을 배려하는 설명도 꽤 친절하다.
사실 야마모토 씨 작품이 그렇듯, 주제는 장애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인간이지 그 대상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 그 자체보다는 장기계와 그 주변의 인간들을 담담히 그려나가지만, 보는 사람들에게 논픽션이 주는 무게감속에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생명을 깍아나가면서도 아름다운 대국을 위해 몸부림치는 무라야마 사토시, 그리고 그와 대조를 이루는 하부 세대의 기사들의 대조 속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실력이 있으면서도 건강의 속박에 묶여서 발버둥치는 한 인생과 그의 처절한 대국을 보다보면 장기대국도 하나의 인생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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