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외국으로부터의 시장개방 압력이 심화되고 있고, 이들은 우리에게 불평등 무역개방 조약을 강요하면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 공산품, 농산품들이 금방이라도 국내 산업을 고사시키고, 정신을 세뇌하여 우리를 뿌리부터 뒤흔들 것 같이 밀려오고 있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정치인들은 자기 잇속과 권력만을 추구하며 개방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국가의 위기를 도외시하고 서로가 파벌을 나누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하여 다툰다.
나는 지금 100년 전의 이야기를 적고 있는 중이다. 100년후의 우리나라 교과서에 지금 우리시대의 내용이 실리게 된다면, 결론 부분은 어떻게 될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FTA는 노예계약, 식민지로 삼으려는 야욕이라고 주장하면서 비슷비슷한 글을 퍼트리고,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 물론, 세계화라는 것, 그리고 개방화라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선택이다. 세계의 어떤 나라도 지금까지 이 흐름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냉전이후(사실은 아직 끝나기 전에) 대처수상의 지도아래 이 흐름에 가장 먼저 뛰어든 영국은 지금에 이르러는 세계화의 우수적응국이며 높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 당시에 대처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자국 공기업을 모조리 외국에 팔아먹는다고, 대영제국의 자존심은 어디있느냐는 여론이 들끓었고, 노조들은 파업으로 응수했지만 정부는 전례없는 초강경책을 거듭하면서 체질개선에 나섰다.
이 흐름에 선두주자로 뛰어든 영국이 그러했는데 우리가 맞아야 할 변화의 흐름은 물론 더더욱 클 것이며 진통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제화의 흐름을 무시하고, 현상유지를 외치거나 가뜩이나 뒤쳐지고 있는 FTA 조약체결을 통한 경제블록 형성에도 뒤쳐져 버린다면, 100년 뒤의 우리 후손들은 우리가 대원군의 쇄국정치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평가해줄 것인가?
우리보다 약 20년 앞서서 일본이 문호를 개방하였다. 그들도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봉건적 제도들 속에서 수많은 갈등을 겪었고, 존왕양이파와 막부의 쇄국파는 전쟁까지 치루었지만, 최종적인 상황에서 싸우기 보다는 협상을 통해서 방향을 전환하고 통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성공했다.
결국 페리 제독이 문을 두드리는 마지막 상황에서 비록 불평등 조약을 맺었지만 그 후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 체질을 바꾸었고 적극적으로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구미각국의 경제력을 완전히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바로 그때 벌어진 격차가 36년간의 식민지배를 거치면서 확대 재상산되어 지금의 우리경제와 일본경제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FTA의 체결이나 세계화 개방화를 통해서 반드시 유토피아가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흔히 거론되는 멕시코의 경우를 보더라도 부정론자들은 저성장, 고실업, 양극화 심화를 강조하지만 긍정론자들은 NAFTA 발효 이후 수출의 급증, 외국인투자 확대, 거시경제 안정을 내세우듯이 두 주장모두가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평가를 달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스위스가 미국과 FTA를 결렬하였다는 것을 근거로 우리도 그만두어야 한다고 하지만 스위스 내에서도 EU가 미국과 먼저 FTA를 맺게 될 경우에 이니셔티브가 없어질 것이고,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하는 여론도 동시에 봐야한다.
우리의 미래도, 반대론자들이 말하듯이 규모의 차원이 다른 미국경제에 흡수될 가능성도 있고, 찬성론자들이 말하듯이 더 넓은 시장에 뛰어들어 언젠가는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제2의 도약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인간이란 언제나 자신이 보고싶어하는 것만을 보기 마련이라서 서로 반대되는 입장이 있을 때는 어느 한쪽을 작살내 버리고 한쪽만 수용하기 보다는 같이 서로의 입장을 교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과 100년 전은 사실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우리의 조상들은 변화의 흐름을 잘못 짚었고 내우외환에 시달리다가 이웃 국가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그 비극은 이후 수세대를 거치면서 계속 후손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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