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리미어의 태동
1970년대 이후 10여년간 유럽의 강호로 군림했던 영국축구는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최악의 시기를 맞게 된다. 주요 구장들은 노후화되고 팬의 편의를 위한 시설들은 부실했으며 훌리건이 들끓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잉글랜드 축구팀들은 1985년의 헤이젤 참사로 향후 5년간 유럽의 모든 대회에 출장을 정지당했다. 1888년 이래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축구리그는 이탈리아의 세리에A나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와 비교했을때 입장객이나 시설면에서 훨씬 뒤쳐져 있었고 최고수준의 선수들은 해외로 이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준결승에 올랐고 UEFA가 출전제한을 풀어주자 1991년 맨유는 UEFA컵에서 우승하고 테일러 리포트에 기초해 모든 구장의 개선이 시작되는 등 잉글랜드 축구는 다시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 한편 1986년 2년계약의 중계권료는 630만 파운드였는데 1988냔의 중계료는 4년에 무려 4400만 파운드로 훌쩍 뛰어올랐다. TV 중계료가 팀 수입에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면서 이러한 변화에 부응한다는 명분으로 잉글랜드 축구리그의 최상위권 팀들은 보다 경쟁력있는 새로운 리그를 구상하기 시작한다. 1991년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서 새로운 리그의 구상을 위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TV중계료 같은 수입은 축구협회의 통제하에서 여러 하위권팀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분배되고 있었지만 최상위권 팀들은 유럽무대에서 보다 강력한 팀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중계료를 최상위권 팀들에게 집중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2년 5월 27일, 잉글랜드 축구리그의 팀들은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강등이나 승격같은 기본구조는 변화가 없었지만 104년간 지속되어 오던 잉글랜드의 축구리그가 프리미어 리그와 축구리그로 나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아스날, 아스톤빌라, 블랙번, 첼시, 코벤트리, 크리스탈팰리스, 에버튼, 입스위치, 리즈, 리버풀, 맨시, 맨유, 미들스보로, 노스위치, 노팀햄포레스트, 올드햄, QPR, 셰필드유나이티드, 셰필드웬즈데이, 사우댐프턴, 토트넘, 윔블던 이상 22개팀으로 구성된 프리미어 리그가 출범했다.
2. 프리미어 리그의 구조
초창기의 프리미어리그는 22개팀으로 시작했지만 1995년 국내프로리그의 팀수를 20개로 줄여달라는 FIFA의 요청에 응해 1995년에는 4개 팀이 강등되고 2팀만이 승격되면서 20개팀으로 조정되었다. 현재 20개 클럽은 각기 프리미어 리그의 지분을 동등하게 소유하면서 규칙 개정이나 계약 변동시에 모두 1표씩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프리미어 리그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의장 선임이나 새로운 규칙의 제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시즌은 8월에 시작해서 5월에 끝나고 연간 팀당 38경기씩 총 380경기를 치르게 되며 승리시에는 3점, 무승부에 1점, 패배에는 0점을 부여받으며 최종적으로 점수의 합계를 놓고 겨루게 된다. 2010년 현재 프리미어리그는 UEFA랭크 1위의 최상위 리그에 해당하며 1위부터 4위까지의 팀은 UEFA 챔스 출전권을 획득하며 리그컵 우승자의 상황에 따라서 6위까지 진출할 것인지, 7위까지 진출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1993~2001 까지 프리미어리그의 후원은 Carling이 맡았기 때문에 공식명칭은 FA Carling Premiership이었지만 2001~2004 에는 Barclaycard가 후원을 맡으면서 Barclaycard Premiership으로 변경되었고 2004~~2007의 Barclays Premiership을 거쳐 2007년 이후 오늘날까지 Barclays Premier League가 공식명칭이다.
3. 프리미어 리그의 수익
프리미어 리그는 오늘날 전세계의 모든 스포츠 리그 중에서도 미국의 NFL, 메이저리그, NBA에 이어 4번째로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프로축구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리그에 해당한다.
08~09시즌 프리미어 리그 각 클럽의 매출 평균은 전년대비 26% 상승한 19억파운드에 달한다. 20개 프리미어리그 팀중 11개 팀은 매년 이익을 내고 있으며 임금은 평균 15억파운드에 달해 연봉랭킹 2위인 이탈리아에 세리에A(9억7천2백만 유로)보다 월등하게 앞서 전세계 프로축구리그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축구의 자금 순위 20위권에 8개의 프리미어 리그 팀이 있으며 비록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것은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지만 20위권내에 가장 많은 팀을 올려놓은 것은 프리미어리그이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력을 보이는 첫번째 이유는 분데스리가에 이어 축구계 2번째로 많은 평균관중 동원력에 의한 입장료 수익으로 10년전에 비교하면(92~93 시즌을 기준으로 평균관중 21,126명) 60%나 증가한 34,364명의 평균관중이 매 경기마다 경기장을 찾는다.
그와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수익원은 TV중계료 수익이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는 BskyB라는 방송사와 일괄적으로 중계료 계약을 체결했는데 세리에나 라리가의 팀들은 리그단위가 아니라 팀단위로 중계권을 판매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혁신적인 결정이었다. 중계료 수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 분배되는데 우선 전체 중계료의 절반은 20개 팀에게 균등하게 분배되고 1/4는 리그 최종 순위에 따라 1위팀이 20위팀의 20배를 더 받도록 차등적으로 지급ㄷ된다. 나머지 1/4는 시설에 따라서 분배되고 이런 경우에는 주로 상위권 팀들이 더 많은 금액을 배정받으며 해외 방송 수익료는 20개 클럽에 균등하게 분배된다.
이러한 계약으로 Sky의 중계권 계약은 5년간 3얼 4백만 파운드에 체결되었으며 19998시즌에 시작된 두번째 계약에서는 4년간 6억7천만 파운드로 급격히 상승했다. 2001~02 시즌부터 03~04 시즌까지 3 시즌의 중계료 계약은 무려 10억 2천4백만 파운드로 급상승했으며 해외방송권은 지역마다 3년 계약에 3억2천만 파운드로 매각된다. BBC는 3시즌 동안 경기 하이라이트를 방송하는 대가로 프리미어 리그에 1억6천1백만 파운드를 지불한다.
해외 방송 수입을 비롯한 각종 중계료 수익의 증가로 프리미어 리그의 팀들은 연간 4천5백만 파운드를 벌어들이고 국내컵대회나 유럽대회의 상금도 부수적인 수입원이 된다. 이런 막대한 비용을 대가로 Sky는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독점적으로 중계하고 있었으나 담합 문제로 법정에 서게 되면서 2009년에는 ESPN이(2006년부터 Setanta 스포츠가 1/3의 방송권을 획득했으나 3천만 파운드를 지불하지 못하자 이 권리를 ESPN이 따냈다.) 경기를 나누어 중계하고 있다.
4. 리그간 격차 문제
최근 프리미어 리그는 하위 리그와 지나치게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축구리그에서 분리 독립한 이래 중계료 수입이 프리미어 리그에 몰리게 되면서 리그 간 격차는 날로 커져가고 있고 2001~02시즌을 제외하고는 매번 프리미어 리그의 신규 가입팀은 바로 이듬해에 2부리그로 강등된다. 심지어 1997~98시즌에는 승격한 3개팀이 모조리 강등되는 일도 일어났다.
팀이 강등될 경우에 재정적인 손실이 심각하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중계료 수익의 일부를 강등되는 팀에게 ‘낙하산 보상’ 명목으로 제공하는데 2006~07시즌에 시작된 이 제도는 처음에 6백50만 파운드를 제공했지만 2시즌 뒤부터는 1천1백만 파운드로 급증했으며 강등된 팀에게 이는 상당한 규모의 수입원으로 재정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만 평균적으로 프리미어리그 팀의 연 수익이 4천5백만 파운드에 달하는데 반해 2부리그의 연 수익이 백만파운드 정도에 불과하다는 걸 고려하면 이 낙하산 보상금은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리그간 격차를 더욱 벌리는데 사용된다는 주장도 있다.
즉, 일단 강등된 팀이 바로 다음해에 상위 리그로 다시 도약하는데 실패한다면 팀은 심각한 재정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에는 파산의 위기에 몰리면서 다른 팀들보다 높은 실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산 벌점 때문에 3부리그로 떨어지면서 재정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 경우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리즈 유나이티드, 찰턴 어슬레틱, 노팅햄 포레스트, 세필드 웬즈데이, 프래드포드 시티, 레이셰스터 시티, 사우댐프턴, 윔블던FC, 포트머스 등등 이 제도가 예상과는 다르게 각 클럽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한 경우는 많이 있다.
5. 독주의 피해
또한 다른 많은 리그에서도 그러듯이 중계료 집중으로 인해서 상위그룹이 형성되는 것도 비판받는 부분에 해당한다. 1995~96시즌 이래 아스날, 첼시, 리버풀, 맨유는 리그 최상위권과 챔스 출전권을 독점하다 시피하고 있다. 2005년 리버풀이 챔스를 우승한 이래 4년 내내 빅4는 챔스 결승전에 진출하고 있으며 1994~95시즌에 블랙번 로버스가 프리미어 리그를 제패한 이후 맨유(9회), 아스날(3회), 첼시(2회) 만이 우승을 경험했을 뿐이다. 게다가 맨유는 프리미어 리그 출범 이래 단 한번도 3위 이하의 성적을 거둬본 적이 없고 아스날은 2시즌을 제외하고는 매번 5위안에 들고 있다. 리버풀은 1990년이래 프리미어 리그 타이틀을 획득해본 적이 없지만 적어도 지난 10년간 4위권 밖으로 밀려나본 적은 2번 밖에 없다. 첼시는 최다승점(95) 기록을 보유하고 아스날은 무패우승을 달성하는 등, 프리미어 리그 내에서도 최상위 권팀들의 독주 현상은 두드러지며 이는 결과적으로 게임에서 예측불가능한 요소들을 배제시키면서 흥미를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하리라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최근 5시즌 동안 빅4 클럽들이 2번 챔스리그에서 우승했으며 2006년엔 아스날이, 2007년엔 리버풀, 2008년 첼시, 맨유가 2009년에 각기 준우승하면서 빅4의 두각은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서 빅4에게는 리그의 수입 이외에 별도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5월, 뉴캐슬 감독 케빈 키건은 빅4의 장기집권으로 리그가 위협받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리그가 가장 지루한 리그가 되어버릴 위험에 처해있다"고 비판했고 The Times의 마르셀로 판탄넬라는 '1992년 축구리그에서 우승한 팀은 잉글랜드 최고의 팀이라는 영광을 얻었지만 오늘날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하는 팀은 5억파운드를 받게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아니라 프리미어 리그의 인기가 급증한 것은 다른 나라의 프로축구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가 각지에서 나오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있는 경우에는 리그 경기 관중이 급감하고 있으며 헐값에 유망주들을 휩쓸어 가면서 나이지리아의 국내리그가 황폐화 되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2008 UEFA 챔스 결승전에서는 나이지리아의 챌시와 맨유 팬들이 충돌해서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세계 축구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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