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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World War

이니그마 4. 알란 튜링의 등장

아르미셸 2008.04.14 11:10
때는 바야흐로 일천구백삼십구년 사월 이십칠일, 독일이 슈테텐란트를 점령하고 폴란드와의 불가침협정을 파기하며 목을 조여오는데, 폴란드는 더 이상 독일의 암호코드를 해독하지 못하게 되자 폴란드 정보국 뷰로 쉬프로프 소장 랑게 소령은 지금까지 연합국에도 비밀로 하고 있었던 암호해독 기술을 프랑스와 영국에 공개하기로 결정해. 7월 24일, 프랑스와 영국의 고위 암호해독 전문가들이 폴란드에 도착하자 랑게르는 자신들이 지금껏 쌓아온 암호해독 관련 기술을 이전해 주었어.

    그리고, 폴란드와 프랑스가 차례로 숨이 끊어지자 처칠은 OB-40을 개편하여 버킹엄의 브레츨리 파크에 정부 암호국(GCCS)를 설립하고 암호해독에 필요한 모든 분야의 인재를 모으라고 명령했어.




Image:Bletchley Park.jpg
브레츨리 파크.


     그때까지 암호해독을 맡고 있던 언어학자와 고전학자들 외에 수학자, 기계기술자를 비롯해서 영국 체스 챔피언, 도공, 큐레이터, 브리지의 달인, 크로스워드 퍼즐에 뛰어난 목사 등등 온갖 종류의 암호관련 "전문가"들이 모였고, 처칠은 브레츨리 파크를 시찰한 다음, 스튜어트 멘지스에게 어디서 이런 덕후들을 모아왔냐고 짜증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했어.

      
훗날 처칠은 이들을 울지않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렀다고 하지.





      이니그마 타도의 깃발아래 모여든 각양각색의 인간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영국 수학계의 스타, 앨런 튜링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지.





Image:Alan Turing.jpg
알 본좌.

      그는 14살에 셔븐 학교에 입학허가를 받았는데 첫 등교일이 마침 영국의 대파업 날이라서 학교까지 가는 교통편이 없자 100km를 혼자서 자전거로 달려 학교까지 갔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있을 정도로 향학열에 불타올랐고 그 학교에서 튜링은 강압적인 영국의 사립학교 학풍 때문에 괴로워 하긴 했어도 인생의 큰 전기를 맞이하게 되지.
 
     
그곳에서 룸메이트 크리스토퍼 모컴에게 반해버린거야. 그렇다고 미트스핀이 나오는 건 아니고 학창시절의 친구에 대한 친밀감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형태지만, 아무튼 거기서 그의 유명한 동성애 성향이 싹트게 되지. 게다가 캠브리지 진학을 앞두고 모컴이 결핵으로 사망하자 튜링은 평생을 동성연애자로 살아가게 되었는데, 지금이야 우리는 동성연애를 좀 특이한 취향 정도로 생각할 뿐이지만 당시 영국에서는 법률로 동성연애는 금지되어 있었어. 당시에 전쟁 때문에 아무나 끌어들여도 좋다고 했으니까 튜링도 브레츨리 파크에서 일할 수 있있지만 평상시라면 그는 군대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간이었어.




튜링의 첫사랑.



       
워낙 브레츨리 파크에서의 일을 비밀에 붙이고, 그저 군대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집에 말했을 뿐이라, 어머니가 더벅머리에 엉망진창인 그의 옷차림새가 단정해지지 않은 것을 한탄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튜링은 깔끔한 복장이나 멋하고는 담을 쌓고 지냈어.

       또,
천재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만큼 괴짜기질이 심해서 파운드 화가 급락할 것이라고 굳게 믿은 나머지 은을 대량으로 사들여서 은괴로 만들어 녹인다음 브레츨리 파크에 묻어두었는데 어디에 묻었는지 장소를 잊어먹었다던지, 자신의 호흡기가 건초열에 손상될 수 있다며 봄이되면 한사코 가스마스크를 다니고 자신의 머그잔을 노리는 국제적인 음모가 있다고 확신한 나머지 싸구려 머그잔을 라디에이터에 쇠사슬로 묶어놓고 다니는 등, 온갖 기행을 저질렀지. 풍문으로는 밤이 되면 삼엄한 경비를 뚫고 나가서 술집에서 놀았다던지(이건 진짜 미트스핀) 이런 저런 뒷이야기가 많은 사람이지만...



       
그러나, 연인(모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달래기 위해 미친듯이 공부한 결과 27살에 주목할만한 논문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튜링머신, 유니버셜 튜링머신 등, 컴퓨터의 기초이론을 닦아놓은 공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지.

       그때까지 폴란드가 수행하던 암호해독 방법을 완전히 익힌 튜링은 만약 독일이 이니그마 암호 첫머리에 개인설정을 2회 반복하는 걸 그만두게 되면 암호 해독이 불가능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형태의 crib을 찾아내서 그걸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암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어.

       예를 들면, 독일은 언제나 정규적으로 아침 6시가 되면 그 날의 기상을 예보했는데, 군대 갔다온 횽들은 다들 알겠지만 군대의 문서라는 건 항상 일정한 형식과 규칙을 따르는 거잖아. 따라서, 한번 해독된 코드의 원문은 그 뒤로도 계속 사용될 수 있었어. 말하자면, 아침 6시 5분에 감청된 독일 암호의 첫머리는 십중팔구, "6시 일기예보"라는 문구로 시작될 수 밖에 없는 거고 전쟁중 브레츨리 파크가 너무나 사랑한 브레스트의 U보트 함대 사령부는 매일같이 어김없이 정각이 되면 그날의 암호 설정에 관한 암시를 제공해 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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