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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World War

유대인 절멸의 문서적 근거

나찌가 유대인을 절멸시키려 했다는 것은 오늘날 널리 인정되는 사실이지만 그러한 ‘절멸 명령’을 기록한 문서는 발견된 적은 없고, 대부분의 경우에 유대인을 절멸시키라는 것보다는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조치”, “궁극적 해결”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홀로코스트 부인론자들은 나찌가 유대인을 절멸시키려 했다는 것은 후대에 조작 내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나찌 독일에서 행해진 수많은 발언들 중에는 그러한 절멸에 관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며 1939년 1월 30일에 히틀러가 독일 의회에서 연설한 내용의 일부는 그러한 “절멸 의도”에 대한 증거로서 자주 인용된다.

”만약 국제 유대인 자본이 독일 제국을 다시 세계전쟁에 빠트린다면 그 결과는 지구의 볼셰비키화나 거기에 따른 유대인의 승리가 아니라 유럽 유대인의 멸종이 될 것이다. (Wenn es dem internationalen Finanzjudentum in und außerhalb Europas gelingen sollte, die Volker noch einmal in einen Weltkrieg zu sturzen, dann wird das Ergebnis nicht der Sieg des Judentums sein, sondern die Vernichtung der judischen Rasse in Europa!)”

또, 1939년 1월 체코 외무장관 Chavlkowsky에게 보낸 문서에서도 "유대인들은 우리가 몰살(vernichtet)할 것이다. 유대인들은 1918년 11월 9일(1차대전에서 독일이 항복한 날)자신들이 저질렀던 행위에 대한 대가를 모면할 수 없다. 이 날의 대가는 치러져야 할 것이다.(DGFP pp. 190-95)"라고 되어 있다.

유명한 홀로코스트 부인론자인 데이비드 어빙은 이 두개의 유명한 어구에서 사용된 vernichtet라는 단어가 실지로는 “절멸”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어는 영어에서 annihilate로 번역되며 ‘절멸시키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1:1로 대응되는 것은 아니고 보다 엄격하게 정의한다면 폭력을 행사해서 어떤 것이 존재하지 않게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destroy로도 번역될 수 있고 전간기에 사용된 용례를 보면 이 단어는 주로 군사교리의 용어에서 자주 사용되는 ‘섬멸하다’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어의적 차이를 근거로 히틀러가 실제로는 유대인을 멸절시킬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유대인의 특권을 없애는 합리적인 반유대주의가 필요하며 이것의 최종적 목표는 유대인의 완전한 제거(Entfernung)이어야 한다.”

히틀러의 1919년 9월 16일 편지 Werner Maser, Hitler’s Letters and Notes(New York, 1974), p.214.

"독일 민족운동의 최종 목표와 임무, 또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서 보자면, 이는 기생충이나 다름없는 동유럽의 유대인들을 철제 빗자루로 모두 쓸어내는 것이다. 이 일은 완벽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Volkischer Beobachter 1922. 3.10

"이들은 세계의 적이요, 문화의 파괴자이며, 인류의 기생충이고, 혼돈의 자식이며, 악마의 화신이고, 부패의 효소이자, 인류를 멸망시킬 달을 쓴 악마입니다."

괴벨스 , 뉘른베르크 당대회 1937 9

"법과 질서의 대명사인 우리 정부하에서 살육을 통해 다른 모든 범죄자들을 기어코 소탕했던 것과 똑같이 우리는 유대인 천민 집단을 말살시켜야 하는 중대한 필요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독일에서 유대인이 실제로 그리고 남김없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 곧 절대적 절멸이어야 한다."

Das Schwarz Korps, 1938.11.24

"만일 우리가 1차대전이 발발한 시점이나 전쟁중에 타락한 유대인 12,000명 또는 15,000명을 전쟁터에 내보내 독가스를 맡도록 했더라면, 수백만명의 희생이 그리 헛되지 않았을 것이다."

Mein Kamp, 1925

"나는 치안군 제3연대가 리투아니아 유대인 문제의 해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리투아니아에는 더 이상 유대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을 위해 살려둔 근로 유대인은 샤블리에 약 4,500명, 코브노에 약 15,000명, 빌나에 약 15,000명 정도 존재한다. 나는 이들 역시 몰살시킬 것을 원했다.

잔존해 있는 근로 유대인들은 부득이하게 필요한 사람들이고 내 추측으로 이 인력은 이번 겨울이 지나가도 계속해서 절실하게 쓰일 것이다. 유대인의 번식을 막기 위해 근로 유대인 남성들을 즉각 거세시켜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여성이 임신하게 된다면 그녀는 제거되어야 한다."

K. Jager 1941, 12.1

"우리는 유대인들을 끝장내야 합니다. .. 유럽의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폴란드 총독 한스 프랑크 1941.12.16. Krakov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유대인 절멸은 근본적으로 조직적이며 장기간에 걸쳐서 계획된 것으로 실행단계에 있어서 몇가지 서로 다른 도달점은 있지만 큰틀에서는 최소한 독일 점령지역 내에서 유대인을 완전히 몰아내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단기간이나마 몇차례 유대인을 몰살시키는 대신 다른 지역으로 추방하는 것이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던 적도 있다. 그렇다면 나찌 정책의 제거란, 유대인을 절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추방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유대인 해결 정책에서 추방지로 거론되었던 것은 팔레스타인, 마다가스카르, 시베리아 등지가 거론되었는데, 그러한 추방이 정당한지는 차치하고라도 그것이 실제로 최종적인 해결에 가까웠는지에 대해서 확인해보면, 일단 팔레스타인 추방은 아랍 민족주의 지도자인 아민 알 후세이니와 히틀러의 관계를 검토해볼때 심각한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히틀러는 예루살렘에서의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2차대전 중 베를린에 망명해 있던 아민 알 후세이니와의 면담에서 "독일은 유대인과 타협없는 전쟁에 돌입했고, 유럽 국가들에게 점차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요청할 것이며, 적당한 시기가 되면 비유럽 국가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호소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이상을 종합해보면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해결책의 정책적, 행정적 수행절차를 확정한 반제 회담에서 유럽의 유대인 수를 1천1백만으로 산정하고 이를 전염병균과 동등한 수준의 악으로 규정한 나찌는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을 통해 나찌 점령지역 내에서 유대인을 없애기를 원했다. 그 절차적인 중간 단계에서 1천1백만명을 20만명 수준까지 감소시키고 남은 샘플 유대인을 독일의 점령지역 외- 만약 소련을 상대로 승리했다면 시베리아, 영국을 상대로 승리했다면 마다가스카르 등지로- 추방한다는 것은 절멸이라고 정의하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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