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다이버 1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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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에서, 말의 전력 비교, 말의 역량은, 서로, 정말, 같다.
그런데 왜
왜, 한수 한수 말을 전진하는 것으로 말들이 복잡하게 얽혀가며
말들의 성능을 훨씬 초과한 ‘한 수’가 태어나는 것일까?
(본서 p. 158 ~ 160)
니코가미 대 오니
● 제1도 (p. 114 ~ 115)
오니 씨와 목숨을 건 승부에 나선 니코가미는 언제나처럼 주특기인 안목으로 시작합니다.
● 제2도 (p. 126)
보 끼리 부딪히게 되면 일단 잡고 보라는 것이 정석 입니다. 이것을 방치하고 다른 보를 맞서게 했는데 또 다른 보를 부딪히게 만든 상황입니다. ‘보 셋이 부딪히면 상급자’라는 격언이 있듯이 복잡한 국면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스가타나 히루카 7단과의 대결에서는 입옥을 시도했었던 니코가미 씨가 정면으로 맞붙어 ▲6五보 △7五각 ▲4四보로 전개해서 밀어붙이는 것이 제3도.
● 제3도 (p. 128)
당연히 금을 물릴꺼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오니 씨는 허를 찌르는 △동은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각 1개를 주고 금장과 은장을 하나씩 잡아올 수 있는데 이 교환의 손익은 말의 점수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의 점수’라는 것은 주관적인 해석이지만 사에키 9단에 의하면 보는 1점, 향차 3점, 계마 4점, 은장 5점, 금장 및 기타 승격한 말들이 각 6점, 각행 8점 비차 10점이라고 합니다. 즉, 금장+은장=11점 > 각행 8점 이므로 보통은 피하는 것이 정석입니다만, ‘말의 이득은 배반하지 않는다’라는 모리시타 9단의 말처럼 ‘말의 이득을 얻겠다’라는 직관적인 리드는 형세 호전을 노린다면 확실히 무리없는 수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오니 씨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8六보 에서 ‘체중이 사라져 버렸다’라는 니코가미는 ▲7六금, 여기에 다시 △6六보.
● 제4도 (p. 134)
‘초점’이 되는 보라는 건 적진의 말 두개 이상이 모여있는 장소에 던져진 보를 의미합니다. 제4도에서는 2개의 은과 금 중 어떤 것을 잡아내더라도 진형이 무너지게 되지요. 니코가미는 일단 ▲동은직(바로 앞)으로 보를 잡았지만 오니 씨의 공격은 여기서부터 격렬합니다. △8七각 던짐 ▲6七옥 △7六각 승격 ▲동옥 △8오계. 이 시점에서 안목의 진형은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 제5도 (p. 140)
이 국면에 대한 니코가미의 해설에 보충하자면, ▲8六보를 던져서 옥 머리를 막아서면 △7七로 계가 뛰어드는 상황에서는 ▲동은으로 8六의 보를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서 버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9七계成인 경우에는 돌파됩니다. 결국 니코가미는 ▲동계로 우직하게 잡아내었는데 여기에 △동비가 들어가 후수의 옥은 비와 각의 맹공에 노출되어 버렸습니다.
▲7八옥 △6六각 ▲동은 △8九은 ▲6九옥 △8八비成 ▲5九옥 △7八은成. 오니 씨가 쫓아가고 니코가미가 도망치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술레잡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니코가미 혼신의 죽은척 연기였을까요? 이 국면까지 오면 니코가미의 옥은 금이 지키고 있고 오른쪽으로 도망칠 곳이 넉넉하다보니 외통에 걸리지는 않습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니코가미 최후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2四계(!) △동보 ▲2三은(!) △동옥 ▲2四보 △3三옥 ▲3五각(!)
● 제6도 (p. 155)
‘보를 위에둔 계’라는 공격 거점을 치워내기 위해 옥의 윗부분을 은장으로 방어하는 수를 막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해 보를 치우려는 ▲3五각입니다. 오니 씨가 아니라도 어이없이 당할만한 수입니다. 공격의 핵심인 2四의 보와 4四의 비차를 지원하는 각. 이 수를 쉽게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난해한 수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 상태를 방치했다가 ▲2三금을 맞으면 △동금 ▲5一각 이하 외통이고, △4三보로 지켜봐도 역시 ▲2三금 △동금 ▲5一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기보에서는 오니 씨가 △동보로 각을 잡아내었지만 이래서는 △3五동보 이하 ▲3四금 △2二옥 ▲2三보成 △동금 ▲4二비成 △3二계 ▲3一각 까지 외통입니다.
● 제7도 (p. 172)
투료도에서 더 둔다면 △1二옥 밖에 없겠지만 ▲3二용 △2二합 ▲2三금 까지 투료는 불가피합니다.
이 대국에서 오니 씨의 수를 ‘읽어내는 양’에 압도되긴 했지만 니코가미는 종반에 즈음해서 70년 장기 인생을 건 ‘생각하지 않는’ 수로 맞섰습니다. 얼핏 막두는 것 처럼 생각되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장기계에 길이 남을 대기사 오오야마 야스하루가 이런 수로 유명했는데 하부 요시하루는 이런 말을 남긴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10국 정도를 두셨는데 분명 내가 곁에서 보고 있기로는 수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를 읽으면서 두는 건 아니지만 좋은 곳에 손이 간다. 자연스럽게 손을 뻗쳤는데 그것이 딱 들어맞는 느낌. 바로 명인의 예술 그 자체였다’
– 하부 요시하루, 결단력 p. 61에서
젊은 시절에는 두뇌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닥치는 대로 수를 읽고, 그런 수읽기로 두어갈 수 있습니다. 젊은층이 갖는 힘의 원천이고 나이가 들면 이런 능력은 쇠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력까지 떨어지는가 하면 단순히 그런 것은 아닙니다. 경험으로 축적된 대국관, 직관등이 맞춰진 종합력이 수 읽기를 대체하는 무기가 됩니다. 오니 대 니코가미의 대국은 이런 ‘읽기’ 대 ‘장기력’이 극한까지 표출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걷어차버리겠다
장기로 타니오에게 압도되었다고 생각하자 소요는 다시 타니오에게 진다면 걷어차 버리겠다고 결심합니다. ‘이런 바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 엉뚱한 아이디어도 아닌것이 실제로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후카우라 씨는 회식 자리에서 젊은 기사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떤가. 하부 씨랑 주먹다짐을 하면 어떨까. 나는, 싸운다면 이길거라고 생각하는데, 자네는 어떤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후배들을 향해 후카우라 씨는 이런 말을 했다. '”싸우면 이긴다”라는 말에 놀란 내가 그 말의 진의를 묻자,
“어떤 부분에서는 이길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하부 씨도) 별로 무섭지 않다. 그런 마음이 중요한 것은 패배한다고 생각하면 안되지 않은가. 모두들은 하부 씨랑 상대하면 질꺼라고 생각하는가? 그래서는 안된다. 장기에서는 모두가 대등하고 결코 경력 같은것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 기합이 없으면 싸울수가 없다'” 라는 것이 후카우라 씨의 말이었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대 하부전에서 불리했던 가운데 하부-후카우라의 통산 전적은 거의 대등하다. ‘주먹다짐으로라도 싸우면 이길 수 있다’라는 정신에 기사로서의 힘의 일면을 엿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리콘 밸리에서 장기를’ 우메다 모치오.
장기와 발차기.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쟁력’이라고 생각해보면 멘탈 부분에서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81 세계에서 압도적인 기력과 폭력을 자랑하는 세 귀신(과 존스 리)는 무서운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