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장기와 인공지능

한동안 인터넷에서 대국을 하다가 웹 기보 프로그램을 연구하느라 K-Shogi와 오래간만에 게임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예전에 가지고 있던 약점이 사라져버렸더군요. 컴퓨터가 패턴을 학습했을리도 없는데 말이죠.

사실 K-shogi에는 패턴 난수화가 짜여있어서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패턴을 스스로 학습할 수 없다는 약점을 커버하기 위한 것인데, 아무튼 한동안 재미있게 두다보니 예전에 우리나라 장기를 컴퓨터랑 두던 기억이 나더군요.

사실 컴퓨터도 장기 초보에게는 꽤 강합니다. 요즘엔 장기도사라는 프로그램 ^[각주:1] 이 나와서 과거의 바다장기보다 훨씬 기력이 높은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죠.    

보통 장기류의 게임은 컴퓨터가 생각 이상의 실력을 발휘합니다. 특히 비슷해보이는 바둑과 비교하면 더욱 그런데, 바둑 프로그램은 아마츄어 중수 수준도 어려운데 반해 장기계통의 게임에서 컴퓨터의 실력은 게임의 종류에 따라서는 인간을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한 것도 있습니다.

장기는 2인-제로섬-유한-확정-완전정보 이라는 단순한 게임의 하나로 분류되어 게임이론이 시작되던 시대부터 연구되었고 특히 인공지능 연구에 접목되었습니다.

2인-제로섬-유한-확정-완전정보에 관해서는 링크를 참조.

현대식 컴퓨터의 개념을 만들어낸 튜링은 이른바 튜링 테스트를 설명하면서 "만약 상대방을 볼 수 없는 중에 상대방과 체스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인간인지 컴퓨터인지를 어떻게 알 것인가"라는 문제를 내기도 했습니다.

튜링테스트에 관한 글 타래

http://www.zdnet.co.kr/itbiz/column/hotissue/0,39030451,39134724,00.htm

http://www.aistudy.com/ai/computer_mind.htm#_bookmark_1a68210

http://jania.pe.kr/wiki/jwiki/moin.cgi/TuringTest

장기류의 게임은 그 논리구조상 인공지능과 쉽게 결부되어 인간의 지능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그런 연구 결과의 집대성으로 등장한 것이 1997년 5월의 Deep Blue 사건이었습니다.

    

IBM사의 체스전용 컴퓨터 Deep Blue가 당시의 세계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 에게 2-1로 승리 ^[각주:2]한 것입니다.

전년도에 패했던 IBM측은 설욕하기 위해 보다 개량된 일명 Deeper Blue를 만들어서 병렬처리를 극대화 하여 초당 2억수를 계산하고 매 상황마다 보통은 6~12수를 읽고 최대 40수까지 예측이 가능한, 단순한 체스 전문 컴퓨터를 떠나서 당시 기준으로 세계 259위의 고성능 컴퓨터를 만들어 내고 결국 Grandmaster를 넘어서는 수준의 위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패배 뒤에 카스파로프 씨는 충격이 컸는지 잠적했다가 게임에 인간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IBM사를 고소하기도 했지만 아무튼 IBM은 자사 컴퓨터의 고성능을 광고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만족하고 Deep Blue를 은퇴시켰습니다. 이후로도 몇번 이야기는 있었지만 워낙 특이한 이벤트라서 재대결 될 것 같지는 않군요.

오늘날의 컴퓨터 장기는 이 정도로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서 하드웨어 스펙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습니다. 맥스마인 방법 ^[각주:3]에서 알파베타 법으로 인공지능 자체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개선을 통해서 요즘에는 체스의 Deep Fritz가 2006년 블라디미르 크램니크와 대전할때는 인텔코어2듀오 2개로도 중반에 최대 17~18수까지 읽어내고 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Deep_Blue_%28chess_computer%29

장기류의 게임 중에는 컴퓨터에 의하여 모든 정석의 분류가 끝나버린 것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컴퓨터가 장기도 완전히 해석하는 날이 올까요?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설령 컴퓨터가 사람보다 장기를 잘 두는 날이 오더라도, 그렇게 되면 몇가지만 변화를 주게 된다면, 또 컴퓨터와 사람의 머리싸움은 계속되리라 생각이 드네요.

1. 기력은 초고수가 아마 4단 정도라고들 하더군요 [본문으로]
2. 6전 3무 2승 1패로 Deep Blue 승리, 그 전해에는 6전 1승 3패 2무로 Deep Blue 패배 [본문으로]
3. 맥스는 다양한 상황 선택의 판단에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계산법. 효율이 나쁘고,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역으로 min으로 상대측의 이익을 최소화 하면 자신의 이익이 최대화 된다는 계산으로 선택하는 것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