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가을
J목사님의 성추행 소식을 들은게 몇주전이었던가.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럴리 없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교회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지 몇년이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등을 돌린 것도 아니고, 원망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J목사님은 사람들에게 자주 오해를 받기도 했고, 또 그럴만한 행동이 너무 많았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화가 나서 정색을 하고 호통치는 얼굴과 계면쩍게 쑥쓰러워 하는 얼굴 두가지가 기억난다. 외모 부터가 그다지 목사일 하기에 적합해 보이지 못하는, 어찌보면 안 팔리는 코미디언 같아 보이던 외모에, 새되고 높은 목소리 하며. 여러가지 의미에서 그는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교회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도 많은 수가, 목사님을 정말로 존경하고, 사랑했었다.
개인적으로야 모를 일이지만, 그가 던지는 호통에 많은 이들이 수줍음 많은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면서도 화를 내는 걸로 이해하듯, 그 모든 호통을 이해해주고 웃고 넘어가는 사람들 덕분에 그가 가진 많은 단점들은 장점이 될 수도 있었다.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안되면 되게 하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며 채찍질 하던 분이, 이제와서는 그 영향력과 추진력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필연이고, 어떤 의미로는 씁쓸한 고통이라고 해야할지.
그 교회에 던져진 J목사님의 그림자가 너무도 깊고 컸었기에,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놓지 않고 덮어주고, 감싸주고 싶었을런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그 곳에서 정말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르겠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J목사님이 교회를 떠나겠다고 밝혔다는 것을 너무나도 그분다운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수많은 부족함이 있었고, 또 이제는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가 가슴에 박혔겠지만,
이미 몇년 전부터 쉬면서 새롭게 봉사하고 싶다고 하던 말대로, J목사님이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떠나는 것이 좋을,
그런 시기가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한편으로, 목사실에서 그를 안마하는게 싫었던 사람에게도 어쩌면,
교회 내부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그런일이 없기를...
그리고, 마음에 짐이 되지 않고 싫은 기억이랑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