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다이버 9권
봉은
98페이지에서 스가타가 일본장기의 기초를 설명하면서 보여주는 것이 봉은 전법입니다.
비차 정면으로 은장이 막대기로 찌르듯이 전진하는 전법이기 때문에 봉은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비차와 은장이 연계해서 정면을 뚫어버린다는 단순한 전법이면서도 위력적인 전법으로 초보에서 프로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전법입니다.
‘봉은’이라고 간단히 말해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기본은 ‘원시봉은’입니다. 이거 하나만 알고 있어도 초보자 간의 대국에서는 백전백승일 정도로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방어하는 방법도 확실하기 때문에 일본장기를 공부할 때는 봉은부터 라고 할 정도입니다.
봉은으로 대표되는 비차돌파에 대항하는 방법에는
1. 금과 은을 올려서 각두를 단단하게 방어하거나
2. 각이 살짝 위로 올라가서 방어하는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서 스가타가 진행하는 전술은 1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문에 나오듯이 금과 은이 모여있으면 안전지대가 되면서 왕도 움직이기 쉽습니다.
한편, 2번의 전법은 당장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돌파당하기 때문에 옥을 다른쪽으로 옮겨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비차를 이동시켜서 왕의 안전지대를 확보하고 그와 함께 비차로 상대방의 공격에 대응하는 것이 기본이 됩니다.
즉, 비차돌파라는 전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진비차(몰이 비차)와 거비차(앉은 비차)가 갈리게 됩니다.
다면대국 치타 7단의 대국
장기판이 건성건성 나오고 있지만 그냥 넘어가지 않고 간단히 설명합니다.
137 페이지의 국면입니다.
다면 지도대국에서 선수를 잡은 히무라는 각길을 열어놓은 중비차로, 흔히말하는 고키겐 중비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키겐 중비차는 원래 후수의 전법이지만 끝보(여기서는 1六보)를 찌르는 수를 사용하면 선수라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각이 천왕산 5五에 진출해서 8二의 비차를 노리고 있는데 이게 의외로 받아내기 어려운 수입니다. △三은 또는 △7三계 등의 수가 있지만 ▲5三보 승격으로 이어지면 삽시간에 선수필승.(은이 빠졌기 때문에 △동금으로 받았을 때 ▲7三각으로 이어지면서 후수의 비차와 금 양잡이에 중앙이 뻥 뚤려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비차가 옆으로 달아나면 ▲9一각 승격과 동시에 향차를 뺏기게 됩니다. 여기서 쓸만한 수는 △9二비 정도지만 이 경우에는 비차가 묶여버리므로 선수가 크게 유리해지죠. 이후에 ▲5三보 승격 △동은 ▲5四보 △6二은(△동은 으로 받는다면 ▲9一각 승격 △동비 ▲5四비)에서 ▲8八각 또는 ▲7七각으로 이어지면서 선수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프로라도 당황해서 다리가 멈추게 될 정도죠.
138페이지의 국면입니다.
▲5四비(또는 ▲5四비打)로 후수의 옥에 장군이 걸려있습니다. 이후의 수순으로 △동옥 ▲5二비 승격 △4四옥 ▲5三용 △3五옥 ▲3六은 △2四옥 ▲2五은打까지.
사실 지도 대국이라도 프로를 이기는 아마추어는 별로 없으니 히무라는 굉장한 실력이 있는건 사실이겠지만 스가타가 말하듯이 프로가 100%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이기는 것이다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스가타와 소요의 장기관 차이
111페이지부터 나오는 ‘2분 장기’에 대해서 소요는 이것도 일본장기라고 하고 스가타는 그에 반대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같은 일본장기지만 NHK에서 방송되는 속기 TV장기와 순위전이나 타이틀 전에서 나오는 장고 장기는 완전히 다른 게임같다고도 합니다. 속기를 하려면 신속하게 수를 읽는 능력과 반사 신경이 필요한데 반해 장고가 허용되는 장기에서는 높은 완성도가 요구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리전의 요소가 추가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분이라는 극단적으로 짧은 시간제한에 기초한 초속기 장기는 프로의 입장에서는 다른 세계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장기라는 것은 틀림없죠.
그렇다면 스가타는 왜 이걸 굳이 부인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귀장회라는 단체의 수법이 단순히 장기에서 이기기 위해 수법의 좋고 나쁨을 도외시하고 상대의 이성을 잃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하부 요시하루 영세명인은 일본장기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그렇긴 합니다. 다만, 장기란 수학도 약간, 예술적인 면도 있고 학문같으면서도 격투기같은 면도 있는, 그러니까 장기란 두는 사람을 단적으로 말하는 방편입니다. 『?局する言葉―羽生+ジョイス』 (하부 요시하루 저. p. 52)
즉 여기서 귀장회의 장기는 격투기라는 측면, 승부로서의 측면만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있는 것이고 스가타는 장기에서 예술적이거나 수학적인 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2분 장기의 수는 대부분 나쁜 수가 계속되고 그런 수는 장기의 참된 이치를 해명하는데 기여하지 못합니다. 프로 일본장기 기사들은 대체로 승패도 승패지만 최선의 한수를 추구해 나갑니다. 그럼으로써 장기라는 어찌보면 하찮은 것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프로 기사들도 승부를 하고 있으므로 수가 좋은지 나쁜지를 떠나서 이기기 위한 수를 두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전문가가 최선의 한수를 추구하고 있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진검승부에서 통하는 참된 이치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서로가 최선이라고 믿는 것을 겨루어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자세로, 진리를 추구하는 자세가 승부욕과 공존한다는 생각입니다.
장기의 진리를 해명해내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장기 자체의 도태를 말하기도 합니다. 이론상 장기에는 절대적인 정석이 존재하고(장기의 특성 참고) 언젠가는 그런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인간의 지혜를 뛰어넘는 한수에 대해서, ‘신의 한수’라고도 표현하지만, 장기의 신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서 대답하는 것이 장기라는 게임의 본질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신의 한수는 모든 기사의 존재 가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으며 결국 장기기사의 목숨을 건 한 수야 말로 신의 한수가 됩니다.
81다이버 2권에서 나오는 ‘당신은 장기의 몇 %나 이해하고 있느냐’라는 몬지야마와의 문답이나 6권에서 나오는 ‘다음의 1수’에 대한 문제를 풀면서 ‘장기의 신인가’라는 것은 모두 이러한 사고방식이랄지, 철학의 차이에 기초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