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gi

일본장기의 말 종류

아르미셸 2008. 7. 7. 13:00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장기말은 다양합니다.


왼쪽위부터 오른쪽아래까지 "고급"이라는 이름이 붙은 우리 장기말을 가격에 따라서 구분한 것으로, 오른쪽 아래의 말은 플라스틱 제품으로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말에 해당됩니다.


또, 자석으로 되어 있어서 움직이는 곳에서도 둘 수 있는 자석장기도 있고


조선시대의 골동품으로 감정가 170만원이 나온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기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장기말은 어떨까요.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들지만 100엔 샵(엔화와 원화의 환율은 대략 1:10 정도로 100엔이면 약 1,000원에 해당한다.)에서 파는 플라스틱 제의 저렴한 보급형 장기말도 있고, 자석식 장기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 장기가 훨씬 활성화 되어 있고 권위가 있는 일본에서는 보다 고급형 장기말들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이번에는 그런 고급 장기말들의 종류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수제 일본장기 말들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요. 보통 10만엔(100만원 정도)을 호가하고 주문제작한 것은 15만, 특별히 정성을 들인 장식용 말은 25만을 훌쩍 넘어갑니다. 그리고 개중에는 50만엔 정도 하는 말이 있는 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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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shi-shogi.com/ec/bankoma/

이것은 여류 기사인 이시바시가 만든 것으로 가격은,,,

70만엔! 한화로 약 700만원에 달합니다. 금이라도 발랐나 싶은 분도 있으시겠지만 이런 고급 일본장기말의 재료는 대부분 회양목입니다. 그 중에서도 최고급은 도쿄 근처의 미쿠라 지마의 섬회양목이나 가코시마의 사쓰마 회양목이고, 이보다는 약간 저렴한 동남아시아 산 샴회양목 [각주:1] 이나 일본장기 말의 약 90%를 생산한다는 야마가타 현 텐도 시 근처의 단풍나무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수제말 중에서도 최고급 품들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이 회양목의 가격에 따르는 것으로, 특히 섬회양목의 뿌리 부분은 최고급으로 보통 40만엔 이상을 호가 합니다. 회양목 보통 부분은 약 25~30만 정도이고, 회양목의 나무결에 무늬가 있는 것은 공작목, 호피무늬 등으로 불리며 특수한 무늬가 있는 것은 약간 더 프리미엄이 붙어서 약 35만엔 정도가 됩니다. 사쓰마 회양목은 약간 다르지만 35~40만엔 정도.

왼쪽부터 섬회양목(뿌리 부분), 섬회양목(호피무늬), 사쓰마 회양목, 회양목. 가격순.

이런 말들을 조각한 말(코마키지)에 글을 조각해서 옻칠을 해주는데, 여기에도 말의 가격차이가 생깁니다. 그냥 나무위에 옻으로 글을 써서 말을 나타낸 것은 쓴말 이라고 불리고 나무결을 조각한 부분에 옻나무를 바른 것은 조각말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이 중급품에 해당하죠. 한편 조각한 부분에 옻나무를 나무결 높이까지 채워넣은 것은 조각해 묻은말이라고 불리며 고급품에 해당합니다. 또 솟은말이라고 하는 것은 옻나부를 나무결 높이보다 더 도톰하게 튀어나오게 채워넣은 것으로 이것이야말로 최고품! 타이틀 전에도 사용되는 초고가 말이 됩니다.

이 정도가 되면 이미 예술품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고, 서체 자체도 특징이 생기게 됩니다.


금기(錦旗, 비단 깃발이라는 뜻.) [각주:2] 입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서체라고도 하며 일본장기의 종가에 일왕이 내린 글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무리없이 자주 보는 형태가 됩니다. 저한테는 왕이 오동통해서 기억에 남은 서체였죠.


능호(菱湖, 왕릉을 지키는 집) [각주:3] 라는 서체로 알아보기 쉬워서 제가 좋아하는 서체입니다. 타이틀 전에서 자주 사용되는 서체라고 하네요. 옥이 약간 비틀어져 있는 듯한 부분이 특징이 됩니다.


미나세 (水無)입니다. 이것도 좋아하는 서체인데, 금기에 비교하면 왕이 약간 다이어트 한 듯한 느낌이죠. 일본의 유명한 서예가 미나세 가에서 비롯된 명칭에 해당합니다. 자주 보는 서체이고 플라스틱에서도 고급품에는 꽤 보이는 서체입니다만, 사실은 원래의 미나세와는 좀 다르고 조금씩 개량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외에도 세이안이 유명하지만, 이렇게 자잘한 차이점이 있는 걸 떠나서 좀 더 독특한 서체를 소개하자면,
 
무검(無劍)이라고 불리는 서체입니다. 일본의 기업가 출신 정치가인 와타나베 지후유의 책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며 앞면은 정치가 다운 호쾌한 글씨인데 뒷면은 약간 작은 전서인 것이 특징적입니다.

이러한 나무 종류와 서체의 조합으로 개성적인 말들이 만들어 집니다.

붉은 회양목 말에 서체를 달리한 것

왼쪽부터 금기, 미나세, 소호 [각주:4]

능호의 서체를 각기 다른 말에 적은 것

왼쪽부터 호목, 근목, 공작목.

하지만 이렇게 비싼 말이라고 해도, 기실 말의 가치는 기사의 실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일본장기의 프로기사들이라고 해도 이런 고급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눈이 피곤하다고 해서 단순한 말들을 더 좋아하는 기사들도 많이 있습니다만, 대회의 격조를 높인다는 의미에서는 고급말도 있으면 좋겠죠.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의 장기대회에서도 이러한 훌륭한 고급말들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참고 사이트
http://www.kotae.org/249418
http://8ya.net/suiki/jyouhousitu/komakiji/index.html 말의 제작 방식. 종류
www.meikoma.com/column3.html
http://8ya.net/suiki/shotai/index.html 각종 서체
http://cafe.naver.com/janggiacademy.cafe 네이버 장기사랑 카페. 우리나라 장기말 사진


  1. 이름은 회양목이지만 종이 다르다. [본문으로]
  2. 붉은 비단에 해와 달을 그린 것으로 일왕의 상징물 [본문으로]
  3. 왕릉 등에 사용되는 서체에서 글을 모아 조합해 만든 서체. 일본장기말 자체를 쓴 글은 별로 없기 때문에 명문이 많은 능의 현판 등에서 뽑아낸 것. [본문으로]
  4. 기성 아마노 소호의 서체. 세이안을 약간 변형한 것 [본문으로]